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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29. 2024

칠보산을 찾아서

수원 서쪽 끝에 근사한 산이 있다

우리나라 많은 산이 그렇듯이 같은 이름의 산이 여러 군데 있다. 전국에 백운산이 얼마나 많은가. 칠보산도 그렇다. 경북 영덕에 칠보산이 있는가 하면 충북 괴산에도 있다. 북한 함경도의 칠보산은 거의 금강산이나 묘향산과 맞먹는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경기도 수원에도 칠보산이 있다. 해발 239m니까 높은 산이라고 할 순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등산로가 참 잘 정비되어 있다. 


칠보산을 거의 3년 만에 다시 찾았다. 1호선 성균관대역에서 내려 25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니 칠보산 등산로 입구가 멀지 않았다. 처음엔 제법 경사진 길이 계속되지만 어느 정도 오르고 나미 완만해졌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데 간혹 오르락내리락하긴 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능선에 등산로가 잘 나 있었다. 군데군데 운동기구가 놓인 쉼터가 있었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왼쪽은 수원, 오른쪽은 화성인데 왼쪽으로는 내려가는 길이 여러 군데 있지만 오른쪽으로는 거의 없다. 수원 쪽엔 아파트촌도 있고 절도 있지만 화성 쪽엔 그런 게 없기 때문이다. 드디어 칠보산 정상에 이르렀다. 가운데에 툇마루가 있어 여러 사람이 쉴 수 있게 돼 있었다. 집이 성균관대역 근처라는 연세 지긋한 분과 말을 섞게 되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공통의 화제 덕분이었다. 난 화동에서 학교를 좀 다녔고 그분은 삼청동에서 살았다 했으니... 경복궁 동쪽 담벼락 앞에 개천이 흘렀다니 복개한 후만 봐온 나로선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하필이면 산중으로 걸려온 지인으로부터의 전화를 좀 길게 받다 보니 어르신도 지루한 듯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 


칠보산 정상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니 통신부대 앞이 나오면서 길이 갈라졌다. 제3전망대 쪽을 찾아갔다. 전망대는 팔각정이었다. 수원의 서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수원비행장도 보이고... 한참을 그곳에서 조망을 즐겼다. 그리고 웬만큼 쉬었다 싶었을 때 하산을 시작했다. 수자원공사 앞으로 내려와 오목천역까지 한적한 마을길을 꾸준히 걷다 보니 어느덧 오목천역이었다.


수원, 화성은 서해바다와 가깝다 보니 대체로 지형이 평탄하다. 그런데 칠보산이 있어 제법 울창한 수림을 이룬다. 수리산 줄기가 조금 가늘어져서 칠보산을 이뤘다. 산책하기 좋기로 이만한 산이 가까이에 없어 보인다. 수원 권선구에 근사한 산이 있다. 


10.3km를 5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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