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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01. 2024

나랏말씀이 중국에 달아

'中國'의 해석

토요일 낮 칠보산 등산을 하는 중인데 지인인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얘긴즉슨 자신의 오랜 친구가 향가를 연구하고 있는데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 국어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으니 한번 보라고 했다. 그러겠다고 했다. 집에 와서 향가 연구가의 유튜브 채널에서 동영상 몇 개를 보았다. 


그는 향가만 연구하는 게 아니었다. 훈민정음까지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훈민정음 어제서문에 나오는 '나랏말씀이 中國에 달아'의 '中國'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하고 있었다. 그는 '中國'을 '明나라가 둘로 갈라지게 하소서'라는 뜻이라고 했다. 1446년 당시에는 '中國'이 없었을 때고 明나라 시대였으니 그때의 '中國'은 국호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오히려 '中國'은 명사가 아니라 '나라가 둘로 갈라지게 하소서'라는 문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설득력이 있는 얘긴가. '中國'은 이미 춘추전국시대부터 중국인들이 쓰던 말이다. 중국에 수많은 왕조가 있었고 왕조마다 그 이름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말은 中國이었다. 그런데 훈민정음 어제서문의 '中國에 달아'의 '中國'이 나라로서의 중국이 아니라고? 그는 나라와 왕조를 구분 못하는 게 아닌가. 


사실 '中國'은 훈민정음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그 이전인 태조실록, 정종실록에 이미 '中國'은 쓰였다. 1446년 당시에는 '中國'이 없었고 明나라 시댄데 어떻게 '中國'이냐고 하는 의문은 '中國'이 20세기에 들어와 세워진 국명이라고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 요컨대 '中國'은 중국인들이 수천 년 전부터 써왔을 뿐 아니라 우리도 오래전부터 써오던 말이다. 


우리 향가를 해석할 때 '中'을 '둘로 쪼개다', '中國'을 '나라를 둘로 갈라지게 하소서'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설령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옳다 하더라도 훈민정음 어제서문의 '中國'까지 그렇게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더구나 훈민정음 언해본이 나오고 얼마 후 명나라에서 세종의 기원(?)대로 반란이 일어났다고 하니 당황스럽다. 아주 주술적 해석 아닌가. 명나라에 그런 반란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고 그 반란이 성공했다는 얘기는 더욱 들어보지 못했다.


훈민정음은 우리나라 말이 중국말과 달라 한자로 적을 수 없으므로 우리말을 적을 수 있도록 만든 문자이다. 그리고 한자와는 완전히 다른 문자체계다. 한자는 뜻글자로서 수천, 수만 개의 글자고 한글은 소리글자로서 불과 28자로 만들어졌다. 일본은 한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한국은 한자 없이 살 수 있게 됐다. 세계의 거의 모든 문자가 소리글자다. 한자만 유독 뜻글자다. 새삼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과 창조 정신에 감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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