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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10. 2024

바람직한 보도란 무얼까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급발진했다"

서울시청 앞 역주행 교통사고가 불과 며칠 전인데 이번엔 수원에서 역주행한 차가 다섯 대를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70대 운전자가 볼보 승용차를 몰고 가다 그랬다고 한다.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로에 뛰어들어 여러 대와 부딪쳤다. 그런데 이를 보도하는 기사를 보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바람직한 보도는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기사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운전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게 바른 보도 자세인지는 의문이 든다. 세상에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급발진하는 차량이 있을 수 있나. 그런 차가 세상에 존재한단 말인가.


운전자로서야 자기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 일단 그렇게 주장하고 볼 일이다. 그러나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긴가. 해가 서쪽에서 떴다는 것과 무에 다를 것이 있나.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브레이크를 밟았음을 인정하는 말이다. 그런데 급발진했다면 브레이크를 액셀인 줄 알고 밟았다는 뜻 아닌가. 


이번 수원 교통사고가 어떻게 처리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 일은 서울시청 앞 교통사고에 대한 암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국과수가 자세하게 조사해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기자는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전달하고 마는 건 뭔가.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내가 기자라도 고민이 되긴 할 것 같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짚어 주는 게 기자의 역할인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건 그게 아니건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게 기자의 도리인지 사이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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