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법조문 이대로 둘 것인가
형사재판을 할 때는 피고인이 출석해야 하는 게 상식적으로 당연하다. 그래서 형사소송법 제306조는 피고인이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법정에 나올 수 없을 때는 공판절차를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항은 피고인이 사물의 변별 또는 의사의 결정을 할 능력이 없는 상태일 때, 제2항은 피고인이 질병으로 인해 출정할 수 없을 때에 공판절차를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제1항과 제2항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제3항에서 의사의 의견을 들어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항은 그 예외이다. 무죄, 면소, 형의 면제, 공소기각을 선고할 게 명백할 때는 공판절차를 정지하지 않고 피고인이 출정하지 않고도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을 처벌하지 않을 게 뻔할 때에는 굳이 피고인이 출정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피고인의 출정 없이도 재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의 문장은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될 때의 표현 그대로이다. 그런데 '무죄, 면소, 형의 면제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으로 명백한 때에는'이 어떤가. 법조인들은 이 조항이 무슨 뜻인지 아니까 별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처음 읽는 일반 국민은 누구라도 어리둥절하지 않겠는가.
법조문에 이런 엉터리 비문이 너무 많다. 그런데 법조인들은 법의 취지가 이해되면 그게 말이 되는 문장이든 아니든 개의치 않는 것 같다. 그러니까 올해로 70년이 되지만 제306조 제4항의 '무죄, 면소, 형의 면제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으로 명백한 때에는'을 그냥 두고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조항을 처음 읽는 국민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할 수가 없다. 읽고 또 읽어도 아리송하다. 말이 안 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법은 법조인만 읽고 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말이 안 되는 법조문은 바로잡아야 한다. 법은 온 국민이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