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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24. 2024

타동사가 목적어 없어도 되나?

법조문은 법조인만 읽나

상법은 제3편이 회사다. 회사에는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이 있다. 그리고 제3편의 제2장이 합명회사이다. 제211조는 합명회사에서 회사와 사원간의 소에 관한 대표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211조(회사와 사원간의 소에 관한 대표권) 

회사가 사원에 대하여 또는 사원이 회사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 회사를 대표할 사원이 없을 때에는 다른 사원 과반수의 결의로 선정하여야 한다.


회사가 사원에 대해 또는 사원이 회사에 대해 소를 제기하는 경우 회사를 대표할 사원이 없을 때는 다른 사원 과반수의 결의로 선정하여야 한다고 돼 있는데 아무리 읽어도 이 문장은 자연스럽지 않다. '선정하다'는 목적어가 있어야 하는 타동사인데 목적어가 없기 때문이다. 


목적어가 없지만 생략된 목적어가 '회사를 대표할 사원을'임을 '짐작'할 수는 있다. 그것밖엔 생략된 말이 달리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목적어가 당연히 있어야 하는 동사를 쓰면서 목적어를 생략해도 되나? 법조문은 상상력을 발휘하며 읽어야 하는 시(詩)가 아니다. 가장 명료하고 명확해야 하는 문장이다. 그런데 상법 제211조는 마땅히 있어야 할 목적어를 생략했다. 당연히 생략된 목적어가 무엇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고 문맥상 '회사를 대표할 사원을'일 거라고 '추측'하게 한다.


법조문이 간결해야 하는 것은 맞다. 중언부언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간결함을 위해 꼭 있어야 하는 목적어까지 생략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나.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니 법조문이 암호문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법조문은 읽었을 때 조금도 부족함이 없이 명확하고 선명해야 한다. 그러나 위 조문은 과도한 생략을 했다. 그래서 불편한 느낌을 준다. 상법에 익숙한 법조인들은 불편하지 않겠지만 처음 읽는 일반인은 당황스럽다. 법조문은 법조인만 읽나. 그렇지 않다. 이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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