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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29. 2024

엉터리로 이식된 일본 법

왜 바로잡지 않나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공소시효는 다음 기간의 경과로 완성다."는 "공소시효는 다음 기간의 경과로 완성다."라야만 국어 문법에 맞다는 것을 앞에서 본 바 있다. 왜 "공소시효는 다음 기간의 경과로 완성다."와 같은 틀린 문장이 형사소송법에 쓰이게 되었나? 이는 일본 형사소송법 조문을 잘못 번역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어에서는 '完成する'가 '완성한다'는 뜻일 때도 있고 '완성된다'라는 뜻일 때도 있다. '완성된다'는 뜻일 때는 '완성된다'로, '완성한다'는 뜻일 때는 '완성한다'로 번역해야 했지만 '完成する'를 덮어 놓고 '완성한다'라 했기 때문에 해괴한 법조문이 탄생했다. 그리고 70년이 지난 지금껏 그대로다.


이런 오류가 다른 조에도 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제441조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 '확정한'이라는 말이 문제다. 


형사소송법

제441조(비상상고이유) 검찰총장은 판결이 확정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에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할 수 있다.


이 문장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한국어 문장인가. 판결이 무엇을 확정한다는 말인가? '확정하다'는 반드시 목적어가 있어야 한다는 타동사이다. 그런데 목적어 없이 쓰였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잘못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답은 일본어 형사소송법 조문에서 찾을 수 있다. 해당 일본 형사소송법 조문은 놀랄 만큼 한국의 형사소송법과 닮았다. 다음과 같다.


第四百五十四条 検事総長は、判決が確定した後その事件の審判が法令に違反したことを発見したときは、最高裁判所に非常上告をすることができる。


'검사총장'이 '검찰총장', '최고재판소'가 '대법원'으로 된 것 말고 무엇이 다른가. 제도를 완벽하게 한국에 이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確定した'를 '확정한'이라고 했는데 '확정된'이라고 했어야 했다. 형사소송법에 "검찰총장은 판결이 확정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에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할 수 있다."과 같은 전혀 한국어 같지 않은 기괴한 문장이 들어간 것은 이 법이 제정되던  195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 법률가들이 얼마나 한국어에 무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들은 일본어로 일본 법을 공부했고 그것을 그대로 한국에 이식했다. 그것도 엉터리로.


문제는 그 이후 사람들은 무엇을 했느냐이다. 선배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그랬으니 무려 7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지 않은가. 참담하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일제 잔재 청산을 부르짖는 그 많은 단체는 무엇을 하고 있나. 국어 사랑을 외치는 단체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라도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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