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Jul 31. 2024

사채의 모집이 완료한 때에는?

왜 옳지 않은 것에 이리 무딘가

민법 제1117조의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에서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는 말이 안 된다. '상속이 개시 때로부터'든지 '상속 개시한 때로부터'라고 해야 한다. 요컨대 목적어가 없을 때는 자동사가 쓰여야지 타동사가 쓰여서는 안 된다. '개시하다'는 타동사이고 '개시되다'가 자동사이다. 


민법 제1117조의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와 똑같은 오류가 상법에 있다. 상법 제476조 제1항과 제476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상법

제476조(납입) ①사채의 모집이 완료한 때에는 이사는 지체없이 인수인에 대하여 각 사채의 전액 또는 제1회의 납입을 시켜야 한다.


제478조(채권의 발행) ①채권은 사채전액의 납입이 완료한 후가 아니면 이를 발행하지 못한다.


'사채의 모집이 완료한 때에는'에서 '완료한'은 전형적인 타동사이다. 타동사이므로 목적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목적어가 없다. '완료한'이 쓰일 자리가 아닌데 '완료한'이 쓰인 것이다. '완료'이 아니라 '완료'이라야 한다. '사채전액의 납입이 완료한 후가'에서 '완료한'도 똑같다. '완료된'이라 해야 말이 된다. 


말이 안 되는 괴상한 표현이 법조문에 들어 있다. 상법도 6법의 하나로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대단히 중요한 법률이다. 1962년에 제정된 상법은 올해로 62년이 지났다. 제정 당시에 만들어진 틀린 문장이 지금껏 그대로다. 우리말이 왜곡돼 있다. 뒤틀려져 있다.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왜 옳지 않은 것에 이리도 무딘가. 왜 우리말을 바로 쓰는 일에 이다지도 무관심한가. 불가사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