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민법 제997조는 "상속은 사망으로 인하여 개시된다."인데 제998조는 "상속은 피상속인의 주소지에서 개시한다."여서 이는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둘 다 문법적으로 문제 없는 말이긴 하지만 '개시된다'와 '개시한다'로 달리 쓰기보다는 통일하는 게 좋겠고 '개시한다'로 통일하는 게 어떨까 하고 필자의 생각을 밝혔다.
'개시하다'가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이긴 하지만 "상속은 피상속인의 주소지에서 개시한다."가 문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이유는 이 문장의 목적어는 '상속은'이고 주어는 생략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피상속인의 주소지에서 상속을 개시한다."에서 목적어 '상속을'을 문장 맨 앞의 주제어 자리에 올려놓으면서 '상속은'이라고 한 것이다. 생략된 주어는 '우리는'일 수도 있고 '사람은'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와 달리 다음 민법 제1117조에 나오는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는 명백하게 틀린 표현이다.
민법
제1117조(소멸시효) 반환의 청구권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내에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
'개시하다'는 목적어가 있어야 하는 타동사인데 목적어 없이 '개시한'이라고 했기 때문에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는 도무지 국어에서 성립할 수 없는 표현인 것이다. 당연히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라고 해야 한다. '개시한'을 굳이 쓰려면 '상속을 개시한 때로부터'라고 해야 한다. '상속을 개시한 때로부터'라고 한다면 이때 주어는 생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는 한국인이면 삼척동자도 이상한 문장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괴상한 문장이 민법이 1977년에 개정될 때 들어가 지금까지 그대로다. 상속이 무엇을 개시한다는 건가. '상속이 개시한'이 아니라 '상속이 개시된'이어야 한다. 안타깝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