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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30. 2024

이상야릇한 법조문

오히려 잘 됐다 생각하는 건가?

민법 총칙은 제2장이 사람[人]이고 제3장이 법인이다. 법인도 사람처럼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요컨대 제3장은 법인에 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중 제4절 해산에 들어 있는 제94조는 다음과 같다.


민법

제94조(청산종결의 등기와 신고) 청산이 종결한 때에는 청산인은 3주간내에 이를 등기하고 주무관청에 신고하여야 한다.


여기서 '청산이 종결한 때에는'이라는 표현은 이샹야릇하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느껴지는가.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생각되나. 


'청산이 종결한 때에는'이 이상야릇한 이유는 '종결한'이 타동사인데 목적어가 없이 쓰였기 때문이다. 목적어가 없는 이상 '종결한'이 쓰이면 안 되었다. 요컨대 '종결한'은 위 문장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종결'이 아니라 '종결'이어야 한다. 


'청산이 종결 때에는'이나 '청산이 끝난 때에는'이면 얼마나 알기 쉬운가. '끝난'이 일반인의 언어이기 때문에 안 되고 법률에는 법률 전문용어인 '종결'이 들어가야 한다면 '종결'이어야지 어떻게 해서 '종결'인가.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고수할 근거란 조금도 없다.


법률 조문에 이런 보기 딱한 오류가 곳곳에 들어 있다. 민법에만 '종결한'이 쓰이고 있지 않다. 상법에도 '종결된'이라야 하는데 '종결한'이라고 한 조문이 있다. 제408조의3 제2항과 제462조의2 제4항이 그렇다.


상법

제408조의3(집행임원의 임기)

② 제1항의 임기는 정관에 그 임기 중의 최종 결산기에 관한 정기주주총회가 종결한 후 가장 먼저 소집하는 이사회의 종결 시까지로 정할 수 있다.


제462조의2(주식배당)

④주식으로 배당을 받은 주주는 제1항의 결의가 있는 주주총회가 종결한 때부터 신주의 주주가 된다. 


'주주총회가 종결'이지 '주주총회가 종결'이 아닌데 '주주총회가 종결'이라고 했다. 상법 제317조 제1항에는 '종료한', '종결한'이 다 나오는데 모두 '종료된', '종결된'이어야 한다.


상법 

317조(설립의 등기) 

①주식회사의 설립등기는 발기인이 회사설립시에 발행한 주식의 총수를 인수한 경우에는 제299조와 제300조의 규정에 의한 절차가 종료한 날로부터, 발기인이 주주를 모집한 경우에는 창립총회가 종결한 날 또는 제314조의 규정에 의한 절차가 종료한 날로부터 2주간내에 이를 하여야 한다.


민법, 상법 등에 나오는 이런 잘못된 '종결한', '종료한'은 읽는 이에게 이샹야릇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왜 이상한지를 잘 느끼지도, 알지도 못한다. 문법학자들만 자동사를 써야 하는데 타동사를 잘못 썼구나 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법률가들은 틀린 문장이라도 법의 취지를 이해하고는 더 이상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이런 법조문의 뜻을 잘 모를 터이니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래서는 안 된다. 법조문이 말이 안 된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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