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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02. 2024

악화가 양화를 내쫓다

'불이익을 증가할'이 아니라 '불이익을 증가시킬'이다

헌법 제57조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의 '금액을 증가하거나'는 헌법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 말이 맞다는 각인 효과를 낳았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될 당시의 제298조 제3항은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298조(공소장의 변경)

③법원은 전2항의 규정에 의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이 피고인의 불이익을 증가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권 또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청구에 의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필요한 방어의 준비를 하게 하기 위하여 결정으로 필요한 기간 공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


'증가하다'는 자동사여서 목적어를 가질 수 없는데 '불이익을 증가할'이라고 한 것이다. 마땅히 '증가시킬'이거나 '늘릴' 또는 '크게 할'이어야 말이 된다. '불이익을 증가할'이라는 틀린 표현이 형사소송법에 들어오게 된 것은 헌법의 '국회는 정부의 동의없이는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또는 신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의 '금액을 증가하거나'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에 들어간 '피고인의 불이익을 증가할'은 오늘날에도 그대로이다. 다만 제298조의 제3항에 있던 것이 지금은 다음과 같이 제4항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형사소송법

제298조(공소장의 변경)

④법원은 전3항의 규정에 의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이 피고인의 불이익을 증가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권 또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청구에 의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필요한 방어의 준비를 하게 하기 위하여 결정으로 필요한 기간 공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


자동사인 '증가하다'를 타동사로 잘못 쓴 법조문은 형사소송법에만 그치지 않았다. 1962년에 제정된 상법에도 '증가하다'를 타동사로 사용한 조문이 있다. 다음과 같다.


상법

제523조(흡수합병의 합병계약서) 합병할 회사의 일방이 합병 후 존속하는 경우에는 합병계약서에 다음의 사항을 적어야 한다.

1. 존속하는 회사가 합병으로 인하여 그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증가하는 때에는 그 증가할 주식의 총수, 종류와 수


제530조의6(분할합병계약서의 기재사항 및 분할합병대가가 모회사주식인 경우의 특칙) ①분할회사의 일부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여 그 다른 회사(이하 “분할합병의 상대방 회사”라 한다)가 존속하는 경우에는 분할합병계약서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개정 2015. 12. 1.>

1. 분할합병의 상대방 회사로서 존속하는 회사(이하 “분할승계회사”라 한다)가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증가하는 경우에는 증가할 주식의 총수, 종류 및 종류별 주식의 수


제587조(자본금 증가의 경우의 출자인수권의 부여) 유한회사가 특정한 자에 대하여 장래 그 자본금을 증가할 때 출자의 인수권을 부여할 것을 약속하는 경우에는 제585조에서 정하는 결의에 의하여야 한다.


이들 조문의 '증가하는'은 '증가시키는'이거나 '늘리는'이어야 하고, '증가할'은 '증가시킬'이거나 '늘릴'이어야 한다. 악화가 양화를 내쫓는다는 말이 있는데 헌법에 들어간 잘못된 표현이 형사소송법, 상법 등에까지 침투하고 말았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형사소송법, 상법을 개정할 기회가 있을 때 이들 표현은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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