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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13. 2024

엉뚱한 조사를 쓴 결과

무슨 말인지 쉽게 알 수 없다

상법은 사원이 지는 책임의 정도에 따라 회사를 몇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합명회사도 회사의 한 형태다. 합명회사를 구성하는 사원은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특징이다. 상법 제222조는 합명회사에서 사원이 퇴사하면 지분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출자를 금전이 아니라 노무 또는 신용의 형태로 했을 때도 역시 지분의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음과 같다.


상법

제222조(지분의 환급) 퇴사한 사원은 노무 또는 신용으로 출자의 목적으로 한 경우에도 그 지분의 환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관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여기서 '노무 또는 신용으로 출자의 목적으로 한 경우'가 어떤가. '목적으로 하다'라는 말에는 목적어가 있어야 하지 않나. '~을/를 목적으로 한다'고 해야 하지 않는가. 즉 조사 '을/를'이 와야 할 자리에 엉뚱하게 ''가 왔다. 조사를 틀리게 썼다. 


바른 조사를 쓰지 않고 엉뚱한 조사를 쓰면 무슨 말인지 금세 이해되지 않는다. 틀린 조사를 썼으니 바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법조문에 이런 오류가 들어 있는데 왜 방치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나 금방 이해할 수 없도록 일부러 문장을 틀리게 썼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일부러 그랬을 리는 없을 테고 상법이 제정되던 1960년대초 법률가들의 국어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국어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땐 그랬다 해도 지금도 그대로 두고 있으니 문제다. 상법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당황하지 않겠는가. 상법 조문을 읽어 보는 일반 국민이 이런 이상한 조문을 읽고 쉽게 뜻을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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