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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17. 2024

바라산 숲길 탐구

다양한 길이 있다

올 여름 들어 바라산을 찾은 걸 꼽으라면 한 손가락으로는 안 될 거 같다. 그만큼 자주, 많이 갔다. 바라산에 꽂혔다. 오늘도 바라산을 찾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머릿속에 대강 바라산의 숲길이 그려진다. 그만큼 바라산에 숲길이 많다.


바라산 얘기를 꺼내면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런 산을 들어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청계산이야 누구나 잘 알고 광교산 정도만 돼도 들어본 적이 있다는 표정을 보이지만 바라산은 아는 사람이 드물다. 청계산과 광교산 사이에 바라산이 있다. 그리고 바라산은 용인시와 의왕시에 걸쳐 있으면서 두 곳의 경계를 이룬다.


숲길이 얼기설기 참 많이 나 있는 곳은 바라산의 용인시쪽이 아니고 의왕시쪽이다. 용인쪽 바라산은 수지구 고기동 방향인데 의왕쪽 바라산은 의왕시 학의동이고 백운호수 부근이다. 오늘도 인덕원에서 버스를 타고 바라산산림욕장 입구에서 내려 탐방을 시작했다. 


궁금하다. 바라산산림욕장은 백운호수에 신도시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을까. 아니면 신도시가 세워지고서 생겼을까. 의왕시청에 전화해 보면 상세히 알려주겠지만 혼자 생각하기로는 신도시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을 거 같다. 신도시가 들어선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산림욕장이 갑자기 만들어질 순 없으니까.


그렇다면 또 궁금한 것은 백운호수 주변에 신도시가 생기기 전에는 교통이 여간 불편하지 않을 텐데 과연 누가 바라산산림욕장을 찾아왔을까. 이런 의문이 절로 들 만큼 바라산산림욕장은 깊은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 백운호수에서도 한참 가야 한다. 지금은 바라산 산허리까지 아파트들이 들어섰으니 버스가 산림욕장 입구까지 다니지만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버스가 다닐 리 없었을 게다. 도로가 나 있어서 승용차로 올 순 있었을까.


바라산산림욕장 주위에 바라산 둘레길이 있다. 이 길은 임도다.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다. 물론 차가 다니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임도가 요즘 맨발걷기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임도를 가다 보면 맨발로 걷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닥에 돌이 적지 않은데도 이 둘레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게 느껴진다. 암튼 바라산에는 넓은 임도 둘레길이 있고 숲속에는 오솔길이 얼기설기 나 있다. 이 오솔길을 걷는 맛이 여간 쏠쏠하지 않다.


우선 호젓해서 좋다.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숲은 울창하기 짝이 없는데... 임도 둘레길이 아닌 오솔길도 바닥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나무데크길, 자갈길, 흙길이 그것이다. 자갈길은 바라재(바라고개) 올라가는 길의 북쪽에 주로 위치하고 있다. 남쪽의 숲길에는 자갈길이 없고 나무데크길이거나 흙길이다. 남쪽 숲길에 내가 좋아하는 쉼터가 있다. 잣나무가 우거진 곳에 있는 쉼터는 통나무 의자가 댓 개 놓여 있다. 벤치 대신이다.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에 젖는다.


바라산에 고개가 둘 있다. 바라재와 고분재가 그것이다. 바라재와 고분재 사이에 바라산 정상이 있다. 바라재로 향하는 길에도 계곡이 있고 고분재쪽 가는 길에도 계곡이 있다. 고분재쪽 가는 계곡에 와폭포가 있다. 규모가 큰 폭포는 아니니 굉장한 폭포를 기대해선 안 된다. 


몇 번 바라산을 들락거렸는데 어느새 바라산 예찬론자가 되었다. 두어 번은 고기리쪽으로도 내려가 보았다. 그쪽은 굉장히 계곡이 길다. 동천동까지 가려면 몇 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런데 고기동은 계곡에 너무나 많은 식당, 카페가 들어서서 자연의 멋을 많이 잃어버렸다. 이에 반해 바라산산림욕장이 있는 쪽은 숲과 계곡이 온전히 보전되어 있다. 올 여름 피서는 바라산에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시로 찾았으니까. 이제 누구에게라도 바라산 숲길을 안내할 자신이 있다. 길이 머릿속에 훤히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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