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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20. 2024

상식에 맞는 시제

일상언어에 가까운 게 좋지 않을까

앞에서 민법 제245조 제1항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에서 '점유하는'은 '점유한'이라야 함을 역설했다. 더구나 제2항에서는 '점유한'이라고 했기 때문에 제1항과 제2항의 표현을 통일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민법 제245조 제1항의 '점유하는'처럼 부적합한 시제어미를 써서 법조문의 의미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다른 기본법에도 있다. 상법 제693조는 다음과 같다. 


상법

제693조(해상보험자의 책임) 해상보험계약의 보험자는 해상사업에 관한 사고로 인하여 생길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


해상보험계약의 보험자는 해상사업에 관한 사고로 인해 생길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는 이해가 되는 듯하다. 보험자는 보험회사를 가리키고 보험회사가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해상사업에 관한 사고로 인하여  손해' 때문이다. 이미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지 앞으로 발생할 손해를 보상하나? 


앞으로 발생할 손해를 보상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억지에 가깝다. 상법 제693조의 '사고로 인하여 생길 손해를 보상할 책임'은 '사고로 인하여 생긴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라 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고 읽는 사람의 언어직관에 맞다. ''이라고 해도 된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이어지는 다음 조항들도 시제어미를 달리 쓸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상법

제694조(공동해손분담액의 보상)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지급할 공동해손의 분담액을 보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보험의 목적의 공동해손분담가액이 보험가액을 초과할 때에는 그 초과액에 대한 분담액은 보상하지 아니한다. <개정 1991. 12. 31.>


제694조의2(구조료의 보상)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보험사고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지급할 구조료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보험의 목적물의 구조료분담가액이 보험가액을 초과할 때에는 그 초과액에 대한 분담액은 보상하지 아니한다.[본조신설 1991. 12. 31.]


제694조의3(특별비용의 보상) 보험자는 보험의 목적의 안전이나 보존을 위하여 지급할 특별비용을 보험금액의 한도내에서 보상할 책임이 있다.[본조신설 1991. 12. 31.]


상법 제694조, 제694조의2, 제694조의3에 있는 '지급'도 '지급'이라고 할 때 우리의 상식과 직관에 맞는다. 한 발 양보해서 '지급'도 된다고 하더라도 '지급'은 '지급'보다 더 뚜렷하게 문맥에 어울린다. '', '지급'과 같은 어색한 시제어미가 쓰인 걸 보면 읽는 사람이 뜻을 이해하지 못하게 일부러 차단막을 씌운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법조문이 그래야 하나. 법조문은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적용되는 게 법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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