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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20. 2024

알쏭달쏭한 게 법조문의 특징?

말은 돼야 할 것 아닌가

정당방위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남을 죽였더라도 그 사람이 나를 먼저 죽이려 했기 때문에 내가 그를 죽였다면 정당방위가 된다. 정당방위는 형법 제21조에 규정되어 있다. 이어지는 제22조는 긴급피난에 관한 것이다. 다음과 같다.


형법

제22조(긴급피난) 

①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전조 제2항과 제3항의 규정은 본조에 준용한다.


정당방위와 마찬가지로 긴급피난도 벌하지 않는데 일테면 내게 달려드는 맹견이 있어 이를 피하려고 다른 사람의 집에 뛰어들었다면 주거침입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형법 제22조 제1항이다. 그럼 제2항은 무엇인가.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 표현이 매끄럽지 않다. 아니 잘못됐다. 왜 그런가.  제2항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위난을 불러일으킨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처벌한다'는 것이다. 위난을 불러일으킨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해서까지 제1항을 들어 벌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달려드는 맹견을 피하기 위해 맹견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고 치자. 맹견 주인이 자기 개를 보호하고자 몽둥이를 휘두른 사람을  향해 돌을 던져 그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맹견 주인은 벌을 면할 수 있을까? 제2항은 맹견 주인의 행위는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위난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난을 피하지 못 책임이 있는 자'라는 표현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되나? 만일 '위난을 피하지 못하게 한 책임이 있는 자'라고 했거나 '위난을 초래한 책임이 있는 자'라고 했더라면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겠는가. ''이라는 시제도 잘못됐고 누가 위난을 피하지 못한 건지도 분명하지 않다. 법조문이 이래서는 안 된다. 형법 제22조 제2항은 다시 써야 한다. 말은 돼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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