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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자 표기법

인명 표기는 표기법보다 관행, 관례가 우선

by 김세중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이라 새로 이름 붙이고 며칠 전 표지판 제막식을 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박정희가 누군지 잘 모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태어나기 전에 활동했던 인물이었으므로. 그런데 광장에 세워진 표지판에 영어로도 적었는데 PARK JEONG HEE SQUARE라 한 게 문제가 됐다. 구미시에서 문제를 제기했단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구미시에서는 Park Chung Hee라 하는데 왜 대구시에서 Park Jeong Hee라 했냐는 것일 게다.


이게 논란이 되니 오늘 한 종합일간지에서는 논설위원이 이에 관해 칼럼을 썼다. 칼럼의 맨 마지막은 이렇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표기 방식을 통일해 혼란을 막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 이름의 로마자 표기조차 통일하지 못해 다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결론이 좀 허망하다. 다투지 말고 통일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말 누가 못하나. 뭘로 통일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있어야 하지 않나. Jeong으로 통일하라든지 Chung으로 통일하라든지 말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어이없는 게 있다. 이 칼럼의 중간에 이런 대목이 있다. "새 표기법에 따르면 ‘Jeong Hee’가 맞는다."라고 했다. 어이없다.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Jeonghui가 맞다. 왜 '정'만 따지나. 왜 '희'는 거론 않나. Facts First를 늘 내세우는 신문의 칼럼에 떡하니 틀린 말이 나왔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사실 그게 아니다. 대구시의 처사가 우습다는 것이다. 로마자 표기법대로 하려면 Jeong Hee가 아니라 Jeonghui라 하라. 그렇게 하지 못할 바에는 구미시가 주장하는 대로 Chung Hee라 하라. Park Chung Hee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국제적으로 통하던 영문 이름이다. 그걸 왜 함부로 바꾸려 하나. 이승만은 오래전부터 국제적으로 Syngman Rhee였다. 그걸 세상 사람들은 존중한다.


박정희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표기법보다 관행, 관례가 우선이다. 관행, 관례가 없을 때 표기법을 쓰는 거지 관행, 관례가 있는데 표기법을 들먹일 게 아니다. 그리고 표기법을 들먹이더라도 제대로 알고 거론해야 한다. 어설프게 표기법을 들이대선 안 된다.


c.jpg 표기법에 따르면 Jeonghu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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