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Aug 20. 2024

말에 대해 이다지도 무심할 수 있나

어색한 시제 표현은 바로잡아야

법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점유와 소유가 다르다는 것을 안다. 점유하고 있지만 소유권이 없는 경우가 있고 점유하고 있지 않지만 소유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소유권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정 기간 부동산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가진다고 민법은 규정하고 있다. 다만 등기를 해야 한다. 민법 제245조는 다음과 같다.


민법

제245조(점유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


여기서 제1항이 문제다. 왜 문제인가. "20년간 ......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에서 이상한 점이 느껴지지 않나. '20년간'과 '점유하'이 서로 안 맞지 않는가. '점유하'의 ''은 현재시제 어미이다. '20년간'은 현재가 아니다. 20년 전부터 지금까지이다. 현재도 포함하지만 오히려 과거가 훨씬 비중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20년간'과 '점유하'은 맞지 않는다. '20년간'은 '점유한'과 맞는다.


예컨대 "당신이 20년간  돈이 얼마인가?"라고 말하지 "당신이 20년간 버는 돈이 얼마인가?"라고 하나? 아마 그렇게 말하는 한국사람은 없을 것이다. "20년간 ...... 부동산을 점유하 자는"은 마치 "20년간 버 돈이"와 마찬가지로 어색하기 짝이 없다. 법조문이 왜 이런 어색한 표현을 쓰고 있나?


민법 제245조 제1항의 '점유하'이 잘못임은 제2항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똑같이 '00년간'이 앞에 나왔는데 제2항에서는 '그 부동산을 점유 때에는'이라고 했다. 20년일 때는 '점유하'이고 10년일 때는 '점유'이어야 할까. 그럴 턱이 없다. 제1항의 '점유하'이 틀렸고 제2항의 '점유'이 맞다. 말에 대해 이렇게 무심할 있나.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















매거진의 이전글 조사를 빼먹고도 내버려두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