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시제 표현은 바로잡아야
법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점유와 소유가 다르다는 것을 안다. 점유하고 있지만 소유권이 없는 경우가 있고 점유하고 있지 않지만 소유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소유권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정 기간 부동산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가진다고 민법은 규정하고 있다. 다만 등기를 해야 한다. 민법 제245조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 제1항이 문제다. 왜 문제인가. "20년간 ......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에서 이상한 점이 느껴지지 않나. '20년간'과 '점유하는'이 서로 안 맞지 않는가. '점유하는'의 '는'은 현재시제 어미이다. '20년간'은 현재가 아니다. 20년 전부터 지금까지이다. 현재도 포함하지만 오히려 과거가 훨씬 비중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20년간'과 '점유하는'은 맞지 않는다. '20년간'은 '점유한'과 맞는다.
예컨대 "당신이 20년간 번 돈이 얼마인가?"라고 말하지 "당신이 20년간 버는 돈이 얼마인가?"라고 하나? 아마 그렇게 말하는 한국사람은 없을 것이다. "20년간 ......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은 마치 "20년간 버는 돈이"와 마찬가지로 어색하기 짝이 없다. 법조문이 왜 이런 어색한 표현을 쓰고 있나?
민법 제245조 제1항의 '점유하는'이 잘못임은 제2항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똑같이 '00년간'이 앞에 나왔는데 제2항에서는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이라고 했다. 20년일 때는 '점유하는'이고 10년일 때는 '점유한'이어야 할까. 그럴 턱이 없다. 제1항의 '점유하는'이 틀렸고 제2항의 '점유한'이 맞다. 말에 대해 이렇게 무심할 수 있나.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