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어미를 잘못 사용한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이고자 한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는 형사사건에서 항소할 수 있는 이유를 열거하고 있다. 항소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삭제된 제5호, 제6호, 제10호, 제12호를 제외하면 모두 11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런데 다른 것들은 다 '위반한 때', '관여한 때'거나 '위반이 있는', '사면이 있는', '모순이 있는', '사유가 있는'인데 제14호만 '판결에 영향을 미칠 때'이다. 왜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가 아니고 '판결에 영향을 미칠 때'일까.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 '미친 때'와 '미칠 때'는 뜻이 같을까.
'미친 때'와 '미칠 때'는 뜻이 같을 수 없다. '미친'은 이미 일이 일어났음을 가리키지만 '미칠'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더 강하게 드러낸다. 요컨대 위 항소이유에서 다른 호에서는 모두 과거에 일어난 일 또는 그 결과 지금 마주한 일을 가리키는 데 반해서 유독 제14호에서만 모호한 시제를 쓰고 있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제14호의 '미칠'은 '미친'이라고 할 때 제14호는 완전한 항소이유가 된다. '미칠'은 '미친'이라고 해야 할 것을 잘못 쓴 것일 뿐이다. 비록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소한 오류도 오류는 오류다. 이런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