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서 바로잡아야 한다
앞에서 민법에 나오는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 '수익을 하는 권리', 민사소송법에 나오는 '대리인을 선임하는 권리'는 '토지를 사용할 권리', '수익을 할 권리', '대리인을 선임할 권리'라고 할 때 비로소 자연스러운 한국어임을 보았다. 그런데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표현은 또 있다. 다음 민법 제506조와 제554조를 보자.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면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채권은 소멸한다는 게 민법 제506조다. 당연한 이치다. 빚을 받을 게 있지만 "안 갚아도 돼." 하면 채권은 사라지는 것 아닌가. 문제는 이를 표현한 법조문이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이라고 했다.
여기서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는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처럼 표현이 자연스럽지 않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어미를 잘못 썼기 때문이다. '권리'와 어울리게 '토지를 사용할 권리'라고 했다면 자연스러웠을 텐데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라 하는 바람에 어색해졌듯이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도 '채무를 면제할 의사'라고 했다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채무를 면제할 의사'만 되는 것도 아니다. '채무를 면제한다는 의사'도 좋다. '채무를 면제하겠다는 의사'도 역시 된다. 그런데 해당 법조문은 그 어느 것도 아닌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라는 뭔가 이상한 표현이다.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표현이 틀렸기 때문이다. 틀린 표현을 왜 법조문에 그대로 두고 있나.
증여에 대해 규정한 민법 제554조는 어떤가. 증여란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하면 효력이 생긴다는 게 제554조다.
그런데 법조문의 표현은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이다. '수여할 의사'도 아니고 '수여한다는 의사'도 아니며 '수여하겠다는 의사'도 아니다. '수여하는 의사'의 '수여하는'에는 '의지'의 뜻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이런 어색하고 비정상적인 표현을 법조문에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고쳐서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