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를 잘못 썼기 때문에 그렇다
전세권은 물권의 한 종류이다. 민법은 전세를 얻은 집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전세를 놓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것이 전전세다. 그런데 전전세를 했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전세를 놓은 후에 집이 망가지거나 하는 손해가 발생했다 치자. 그 손해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 소유자가 아니라 전전세를 놓은 사람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민법 제308조는 규정하고 있다. 다음과 같다.
문제는 이 조문의 표현이다. "전전세 또는 임대하지 아니하였으면 면할 수 있는 (불가향력으로 인한) 손해"에서 '아니하였으면'과 '면할 수 있는'은 서로 맞지 않는다. '아니하였으면'은 가정을 하면서 과거시제를 썼고 '면할 수 있는'은 현재시제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전세 또는 임대하지 아니하였으면 면할 수 있는 손해"는 어색하게 느껴지고 읽고 또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문장의 시제를 잘못 썼다.
"전전세 또는 임대하지 아니하였으면 면할 수 있었을 불가향력으로 인한 손해"가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이다. "전전세 또는 임대하지 아니하였다면 면할 수 있었을 불가향력으로 인한 손해"라고 해도 된다. 굳이 '아니하였으면'이라고 할 것도 없다. "전전세 또는 임대하지 아니하면 면할 수 있는 불가향력으로 인한 손해"라고 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민법 제308조는 "아니하였으면 면할 수 있는"이라는 최악의 표현을 쓰고 말았다.
똑같은 오류가 민법 제336조에도 있다.
여기서도 "아니하였으면 면할 수 있는"이 아니라 "아니하였으면 면할 수 있었을" 또는 "아니하면 면할 수 있는"이라야 한다.
한편 민법 제410조 제2항에도 유사한 오류가 있다. 제410조는 불가분채권에 관한 것으로 불가분채권이란 채권자가 여러 명인데 그 채권을 나눌 수 없고 공동으로 채권을 갖는 경우를 가리킨다. 여기서 제2항의 표현에 문제가 있다.
제2항에 "채무 전부의 이행을 받은 다른 채권자는 그 1인이 권리를 잃지 아니하였으면 그에게 분급할 이익을 채무자에게 상환하여야 한다."라 되어 있는데 '아니하였으면'은 과거시제인데 '분급할'에는 과거의 뜻이 없다. 그래서 서로 안 맞는다. "아니하였으면 그에게 분급할"이 아니라 "아니하였으면 그에게 분급했을"이라야 옳았다. 관계 자체가 복잡해서 안 그래도 어려운 법조문이 문법마저 어겨서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최소한 문법에 맞게는 써야 한다. 문법에 맞으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민법은 반듯하게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