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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23. 2024

명백한 시제 오류

바로잡아야 한다

문맥에 맞는 시제를 쓸 때 문장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만일 누가 "내일 비가 왔어."라고 하거나 "어제 비가 올 거야."라고 했다면 누구든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싶을 것이다. '왔어'는 '내일'과 안 맞고 '올 거야'는 '어제'와 안 맞는다. 이처럼 어이없게시리 틀린 시제가 쓰인 예가 법조문에 있다. 민사소송법 제491조는 다음과 같다.


민사소송법

제491조(소제기기간) 

제490조제2항의 소는 1월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기간은 불변기간으로 한다.

③제1항의 기간은 원고가 제권판결이 있다는 것을 안 날부터 계산한다. 다만, 제490조 제2항 제4호 제7호 및 제8호의 사유를 들어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원고가 이러한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계산한다.

④이 소는 제권판결이 선고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제기하지 못한다.


여기서 제3항의 '제권판결이 있다는 것을'이 문제다. 먼저 제1항에서 '제490조제2항의 소는 1월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고 했는데 제490조 제2항은 다음과 같다.


제490조(제권판결에 대한 불복소송) 

제권판결에 대하여는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신청인에 대한 소로써 최고법원에 불복할 수 있다.

1. 법률상 공시최고절차를 허가하지 아니할 경우일 때

2. 공시최고의 공고를 하지 아니하였거나, 법령이 정한 방법으로 공고를 하지 아니한 때

3. 공시최고기간을 지키지 아니한 때

4. 판결을 한 판사가 법률에 따라 직무집행에서 제척된 때

5. 전속관할에 관한 규정에 어긋난 때

6. 권리 또는 청구의 신고가 있음에도 법률에 어긋나는 판결을 한 때

7.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제권판결을 받은 때

8. 제451조제1항제4호 내지 제8호의 재심사유가 있는 때


문제의 제491조는 제권판결에 대한 불복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제권판결에 대한 불복소송은 한 달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 달은 제권판결이 있었음을 안 날부터 한 달 이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제491조 제3항은 어떤가. "제권판결이 있다는 것을 안 날부터"이다. "제권판결이 있었다는 것을 안 날부터"가 아니다. 


왜 "제권판결이 있다는 것을 안 날부터"가 틀렸는가. 먼저 제권판결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누군가 거액의 수표를 잃어버렸다 치자. 누구든 당황할 텐데 법은 이렇게 대처하라고 한다. 수표를 잃은 사람은 법원에 공시최고를 해달라 신청한다. 이에 법원이 수표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사람은 하라는 공시최고를 했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면 법원은 그 수표에 대해 제권판결을 한다. 그럼 그 수표에 대해 실효를 선고한 게 되고 수표를 분실한 사람은 수표를 찾은 거나 다름이 없게 된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런 게 제권판결인데 그 제권판결에 대한 불복은 소송을 통해 할 수 있다고 민사소송법 제490조는 규정한다. 다만 제권판결이 있었음을 안 날부터 한 달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민사소송법 제491조 제3항의 표현 "제권판결이 있다는 것을 안 날부터"는 어떤가. '있다는'이 이상하지 않은가. '다는'이든지 '음을'이어야 하는데 '있다는'이라고 했다. '있다는'은 이미 이루어진 일을 가리키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가리킬 때 보통 쓰인다. 요컨대 "제권판결이 있다는 것을 안 날부터"는 법조문의 취지, 문맥에 맞지 않는다. '있다는 것을'이 아니라 '다는 것을'이거나 '음을'이어야 한다.


더없이 명확, 명료해야 할 법조문에 시제가 잘못 쓰였다. 그런데도 고치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조문을 읽으며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다. 특히 이 법조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한참 후에야 비로소 '다는'을 잘못 쓴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오류에 너무 너그럽지 않나. 더구나 정확, 엄밀해야 할 법조문 아닌가. 오류는 고쳐야 한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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