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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29. 2024

동행함을 요구?

이게 말이 되나?

경찰관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현행범은 체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2조가 그걸 규정하고 있다.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라 되어 있다. 현행범인데 영장을 받을 새가 어디 있나. 일단 체포하고 볼 일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제213조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아닌 사람이 현행범을 체포한 때에는 즉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인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맞다. 일반 국민이 범죄자를 체포하면 사법관리에게 넘겨야지 자기가 붙들어두고 있을 이유가 없다. 신속히 인도해야 한다.


이어서 사법경찰관이 현행범의 인도를 받은 때에는 체포한 사람의 성명, 주거, 체포 사유를 물어야 하고 필요한 때에는 체포한 사람에게 경찰관서에 가자고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서 더 알아볼 게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동행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겠다.


형사소송법

제213조(체포된 현행범인의 인도) 

①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 아닌 자가 현행범인을 체포한 때에는 즉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②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의 인도를 받은 때에는 체포자의 성명, 주거, 체포의 사유를 물어야 하고 필요한 때에는 체포자에 대하여 경찰관서에 동행함을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제213조 제2항에 좀체 일상언어에서는 보기 어려운 어색한 표현이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관서에 동행함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런 표현을 일상언어에서 쓰는 사람이 있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요구하다'는 '~할 것을 요구하다'나 '~(명사)을/를 요구하다'라고 쓰는 것이 보통이고 '~하기를 요구하다'도 괜찮지만 '~을 요구하다'라고 쓰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돈을 요구하다', '돈을 줄 것을 요구하다', '돈을 주기를 요구하다'는 들어봤어도 '돈을 줌을 요구하다'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 왜 법조문에는 '동행함을 요구할 수 있다'와 같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말을 쓰고 있나. 틀린 말은 바로잡아야 한다. 법조문에  있으니 그냥 쓰라고 하는 것은 횡포에 가깝다. 법조문이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오류를 솔직히 인정하고 속히 바르게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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