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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29. 2024

민법 개정

이번 민법 개정에는 제도 변화가 있다

어제 8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법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재석 286에 찬성 284, 기권 2이고 반대는  아무도 없었다. 이러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리는 없을 거고 새 민법은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일명 구하라법이다.


새 민법의 주요 내용은 피상속인에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와 같이 상속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법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것, 형제자매는 상속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법인이 주사무소나 분사무소를 이전할 때 등기를 간편하게 하는 것 등이다. 앞의 두 가지는 상속에 관한 제도 변화요 마지막은 상속과 관계없는 법인 사무소 이전에 관한 제도 간소화다.


요컨대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법개정안은 대단한 제도 변화를 담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낳기는 했지만 부양 의무를 저버린 경우 나중에 상속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된 것은 큰 변화가 아니고 뭔가. 직계존비속, 배우자만 상속의 유류분을 인정받고 형제자매는 상속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세상의 변화에 따른 민법의 큰 제도 변화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2022년 12월 있었던 민법 개정에는 과연 그런 제도 변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당시 민법 개정을 세상은 '만 나이 통일법'이라 했다. 어제 개정된 민법을 '구하라법'이라 하듯이 말이다. 그럼 2022년 12월 민법 개정 전의 나이에 관한 조항과 개정된 후의 민법 제158조를 비교해 보자.


<개정 전>

제158조(연령의 기산점)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


<개정 후>

제158조(나이의 계산과 표시)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


종전 민법은 '출생일을 산입한다'였는데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로 표시한다'로 바뀌었다. 기가 차다. '출생일을 산입한다'가 곧 만 나이로 계산하라는 것이었다. 다만 '만 나이'라는 말만 쓰지 않았을 뿐이었다. 출생일을 산입하는데 집에서 세는 나이로 나이를 셀 수 있나. 맨 끝의 '연수로 표시한다'는 더 어이없다. 나이를 연수로 표시하지 달수로 표시하나. 일수로 표시하나. 군더더기도 이런 군더더기가 없다. 제도의 변화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다.


국회의원들은 어리석어서 원래 제158조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가 만 나이로 계산하라는 뜻인 줄 몰라서 법 개정을 했다 치자. 수많은 민법학자들은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가 만 나이로 계산하라는 뜻인 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 침묵했다. 그리고 정부는 '만 나이 통일법'이 2023년 6월 28일부터 시행됐다며 선전을 하고 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2022년 12월의 민법 개정은 아무런 제도 변화가 없는 맹탕 개정이었다. 그걸 어찌 개정이라고 할 수 있나. 이에 반해 이번 2024년 8월의 민법 개정은 엄청난 제도 변화를 담은 법 개정이었다. 새 민법으로 억울한 사람이 생겨나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상속권을 주장하는 사람도 이젠 없을 것이다.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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