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과 압수ㆍ수색영장이 다를 이유가 뭔가
법조문은 너무나 딱딱하고 엄격해 보여서 보통 사람은 읽으면서 주눅이 들기 쉽다. 누구나 법조문 앞에서 작아지기 마련이다. 법조문에 오류가 있다는 생각을 갖기란 더욱 어렵다. 만일 법조문에 오류가 전혀 없다면 법조문이 딱딱한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법조문이니까 딱딱한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법조문에 오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문제 삼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다.
다음 형사소송법 제75조 제1항을 보자.
법원이 피고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는 구속영장에 피고인의 성명, 주거, 죄명, 공소사실의 요지, 인치 구금할 장소, 발부연월일, 그 유효기간을 기재해야 하고 유효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를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영장을 반환하여야 할 취지를 기재하고"이다. 이 대목에서 누구나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다. '영장을 반환하여야 할'과 '취지'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기재하고"라고 했더라도 이상하다고 느꼈을까. 아마 누구도 의문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취지'는 어떤 일의 뜻을 가리킨다. 구속영장에 담길 내용은 어떤 경우에는 어떻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야지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할 취지"라고 할 까닭이 없다. "영장을 반환하여야 할 취지"는 틀린 표현이다. 이것이 틀렸음은 형사소송법 제114조에서 알 수 있다. 압수ㆍ수색영장에 대해 규정한 제114조는 다음과 같다.
압수ㆍ수색영장에 대해 규정한 제114조 제1항 제6호에는 "영장의 유효기간과 그 기간이 지나면 집행에 착수할 수 없으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라 되어 있다. 내용이 구속영장에 대해 규정한 제75조와 똑같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75조 제1항에는 "영장을 반환하여야 할 취지"라 되어 있다. 왜 같은 내용이 제114조 제1항 제6호에서는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인가.
제114조의 표현이 바르고 제75조의 표현은 옳지 않다. 같은 법 안에서도 바른 표현과 틀린 표현이 섞여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통일해야 하고 제114조와 같이 써야 한다. 제75조에 있는 "영장을 반환하여야 할 취지를 기재하고"는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기재하고"로 고쳐야 한다. 그래야 한눈에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제75조에서와 같은 오류가 제87조에도 있다. 제87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도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취지"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취지"여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