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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30. 2024

참 엉성한 법조문

이러고도 선진국인가

형사소송법은 1954년에 제정, 공포되었다. 70년이 지났다. 이 법 제125조에는 압수, 수색은 야간에는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압수, 수색을 하다가도 해가 지면 중지해야 한다. 야간에는 하지 못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125조는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125조(야간집행의 제한) 일출 전, 일몰 후에는 압수ㆍ수색영장에 야간집행을 할 수 있는 기재가 없으면 그 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타인의 주거, 간수자 있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또는 선차 내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런데 "압수ㆍ수색영장에 야간집행을 할 수 있는 기재가 없으면"이라는 대목이 어떤가. 뭔가 이상하지 않나. 무슨 뜻인지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도무지 말이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압수ㆍ수색영장에 야간집행을 할 수 있는 기재가 없으면" 혹은 "압수ㆍ수색영장에 야간집행을 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지 않으면"과 비교해 볼 때 어떤가. 어떤 쪽이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는가.


'있는'과 ''은 전혀 다르다. ''가 있고 없고가 문장이 문법적이냐 문법적이지 않으냐를 가른다. 요컨대 "압수ㆍ수색영장에 야간집행을 할 수 있는 기재가 없으면"은 불완전하고 무성의하기 이를 데 없다. 이렇게 엉성한 표현이지만 바로잡지 않고 지금껏 그대로 지내왔다. 이제 바로잡을 때도 되지 않았나. 이러고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나. 어떤 선진국이 이런 엉성하고 설익은 법조문을 손보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나. 대한민국은 국격에 맞는 법조문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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