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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30. 2024

낡고 모호한 법조문 산뜻하고 명료하게 바꾸어야

다른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

민법총칙의 제5장은 법률행위이고 그중에서 제4절이 무효취소이다. 민법 제138조는 무효행위의 전환인데 비록 무효행위를 했더라도 다른 법률행위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138조는 다음과 같다.


민법

제138조(무효행위의 전환) 무효인 법률행위가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을 구비하고 당사자가 그 무효를 알았더라면 다른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 다른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가진다.


무효인 법률행위가 다른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가지는 경우란, 무효를 알았더라면 다른 법률행위를 했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를 가리킨다. 그 행위가 무효인 줄 몰랐기에 그 행위를 했지 무효인 줄 알았다면 다른 법률행위를 했을 거라고 인정되면 그 다른 법률행위는 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물론 무효인 법률행위가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을 구비해야 한다. 


복잡한 법률적인 문제는 밀쳐두고 제138조에 있는 "다른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이 국어 표현으로서 적절한지 따져보자. 이게 정상적인 국어 표현인가. 무엇보다 '의욕하다'라는 말 자체가 국어에 없다.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일상생활에서 쓰지도 않는다. 그런데 민법 조문에 '의욕하였으리라고'가 쓰이고 있다. 참 이상하지 않나.


"다른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또는 "다른 법률행위를 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이라고 하면 될 것을 "다른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이라고 썼다. 아주 명료하고 명확한 표현이 있는데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종잡기 어려운 표현을 쓴 것이다. 민법이 제정되던 1950년대 우리나라 법률가들의 국어 문장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젠 고쳐야 한다. 알고 보면 별 특별한 내용도 아닌데 표현이 괴상하고 비비 꼬여 있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법조문이 적지 않다. 왜 이래야 하나. 법은 국민이 알면 안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낡고 모호한 법조문의 표현은 산뜻하고 명료한 표현으로 바뀌어야 한다. 법은 좀 더 친근하게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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