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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04. 2024

참 옛날 말

효력이 생하지 아니한다?

민법은 모든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사항을 집대성한 법전이다. 그런 민법에 이따금 이게 뭔가 싶어 눈이 휘둥그레지는 옛날 어투 말이 들어 있다. '효력이 생하지 아니한다'가 그렇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금세 머리에 들어오나. 갑자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 글을 읽는 느낌이 나지 않는가. 민법 제1060조에 그런 표현이 있다. 


민법

제1060조(유언의 요식성)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하지 아니한다.


민법은 1958년에 제정될 때 다음과 같았고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이렇다.


第1060條(遺言의 要式性) 遺言은 本法의 定한 方式에 依하지 아니하면 效力이 생하지 아니한다.


1958년 2월 22일 관보에 게재된 민법


'효력'은 '발생한다'고 하거나 '생긴다'고 하지 '생한다'고 하지 않는다. '효력이 생한다'는 참으로 옛날 말이다. 100년 전에나 쓰던 말투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법률에 '효력이 발생하다'가 쓰이고 있지 '효력이 생하다'는 오로지 민법 제1060조에만 있다. 민법의 낡은 어투는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민법은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법률인데 여기에 요즘 전혀 쓰이지 않는 옛날 말이 들어 있어 읽는 이를 당황케 한다. 이런 건 마땅히 정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면 얼마나 알기 쉽나. 언제까지 '효력이 생하지 아니한다'를 이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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