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중 Oct 28. 2024

사이시옷 마구잡이로 붙이기

한글 맞춤법에서 헤어나야 한다

워낙 굵직굵직한 시사 이슈에 묻혀 '말'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듯하다. 그리고 '말'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별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듯하다. 마땅히 소리를 높여야 할 일이 있음에도 말이다. 엊그제 연합뉴스는 기사 제목에 '배춧값'을 크게 내걸었다. 




이 매체는 늘 '채솟값'이라고 하니까 '배춧값'이라고 하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자. '배추'와 ''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말에 사이시옷을 붙이는 게 합당한가. 왜 '', ''이라 적나. 무엇 때문에?


이런 의문 때문에 속이 답답하던 차에 오늘 연합뉴스의 다른 기사 제목을 보고 반가움과 어이없음이 함께 밀려들었다. 다음 기사를 보자.



왜 반가웠을까. 육류값, 사료값이라고 했지 육륫값, 사룟값이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육류+값, 사료+값육류값, 사료값이라 하면서 배추+값, 채소+값배춧값, 채솟값이라고 하는 이유는 뭔가. 육류, 사료와 배추, 채소는 뭐가 다르길래 육류값, 사료값이라 하면서 배춧값, 사룟값이라 하나. 이 물음에 연합뉴스는 뭐라 답할지 무척 궁금하다.


사이시옷이 무슨 대단한 신주단지인 양 아무데나 마구 붙이는 경향이 있다. 붙이지 않으면 안 되는 줄 알고 말이다. 왜 그럴까. 근본 원인은 합성어에서 뒷말이 된소리로 날 때 앞말 받침에 사이시옷을 붙이도록 한 한글 맞춤법 제30항이다. 이 조항에 혹해서 사이시옷을 아무데나 마구 붙이는 경향이 생겨났고 배춧값, 채솟값도 그 영향이다.


국어사전에는 식물 분류의 과 이름에 죄다 사이시옷을 붙여 놓았다. 소나뭇과, 은행나뭇과, 참나뭇과, 고양잇과, 갯과, 솟과... 그러나 어느 식물원엘 가도 식물에 단 명찰에 소나뭇과, 은행나뭇과, 참나뭇과라 써 놓은 걸 보지 못했다. 소나무과, 은행나무과, 참나무과라 적어 놓았다. 국어사전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근본 원인인 한글 맞춤법 제30항은 삭제하는 게 타당하다. 


사실 배춧값, 채솟값은 한글 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 규정의 적용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한글 맞춤법 제30항에 따르면 사이시옷은 합성어, 즉 단어에 붙이게 돼 있는데 배춧값, 채솟값배추 값, 채소 값, 즉 두 단어지 한 단어가 아니다. 즉 합성어가 아니다. 언론 기사에서 배춧값, 채솟값을 보지 않아도 될 날은 언제 올지 궁금하다. 그런 건 지금 즉시 그만둬야 한다. 잘못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팟캐스트까지 만들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