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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01. 2024

로마자 표기

뉴스에 국산  명칭을 'GIM'으로 국제표준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떴다. 이 당연히 GIM이지 다른 무엇이 있길래 GIM으로 국제표준화한다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짚이는 게 있다. KIM으로 쓰고도 있지 않을까 싶다. 김치는 이미 kimchi로 '국제표준화'되어 있지 않은가!


이 GIM이냐 KIM이냐는 해묵은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의 경우 아마 99% 이상 Kim일 것이다. Gim으로 쓰는 사람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김씨는 Kim으로 통일돼 있는 거나 마찬가지고 김치도 kimchi로 굳어졌다. 그런데 왜 은 GIM인가.


국어에는 'ㄱ'과 'ㅋ'과 'ㄲ'이 서로 다른 소리다. 이를 로마자로 적을 때 구별해서 적는 게 좋은가 아니면 구별하지 않는 게 좋은가. 'ㄱ'을 k로 적으면 'ㅋ'을 적을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ㅋ'도 k로 적는다면 'ㄱ'과 'ㅋ'은 똑같이 k다. 구별해서 적기 위해서는 'ㄱ'을 g로 적어야 한다. 'ㅋ'은 k로 적으면 되니까. 그럼 왜 김씨, 김치는 k로 적나. 서양인들 귀에 , 김치의 'ㄱ'이 k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 김치의 'ㄱ'이 g로 들리지 않는다. g는 유성음, k는 무성음인데 , 김치의 'ㄱ'은 무성음으로 들리고 따라서 k라고 느낀다. 김씨가 Kim, 김치가 kimchi가 된 연유다.


문제는 우리에게 'ㄱ'만 있느냐는 거다. 'ㅋ'도 있지 않나? '공'과 '콩'을 다 kong으로 적을 수는 없지 않나. ''에서 대상을 '', ''까지 넓혀 보자. 예를 들어 '대성', '태성'을 똑같이 Taeseong으로 적는 게 나은가 아니면 각각 Daeseong, Taeseong으로 구별해서 적는 게 나은가. 당연히 후자다. 물어볼 필요도 없다. 


'ㄷ', 'ㅂ'의 경우는 구별되어야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이에 반해 'ㄱ'은 'ㄷ', 'ㅂ'에 비하면 구별해야 할 말이 현저히 적은 게 사실이다. 'ㅋ'으로 시작되는 말이 한국어에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자어는 더욱 그렇다. '쾌(快)' 외에 거의 없다. 그 '쾌'도 과연 몇 단어에나 쓰이나? 그래서 'ㄱ'의 경우 더욱 k로 적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할 수 있다. 'ㅋ'으로 시작되는 말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러나 'ㅋ'으로 시작되는 말이 전혀 없다면 몰라도 몇 개라도 있는 이상 'ㄱ'을 k로 적는 것은 곤란하다. 그래서 'ㄱ'을 g로 적는다. 김포Gimpo, 김해Gimhae다. 도 당연히 GIM이다. 김치는 gimchi로 하기엔 이미 너무나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버렸다. 성씨 김씨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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