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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상하이 기행 (8)

대양정전천안천수, 上海M50创意园

by 김세중

호텔에 들어와 스마트폰 충전을 충분히 한 다음 방을 나섰다. 이제 大洋晶典·天安千树로 간다. 그곳은 여행 준비하면서 상하이에 대해 이것저것 보았을 때 가장 나를 사로잡았던 곳 중 하나였다. 영상에서 보니 마치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 듯했는데 직접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江宁路역에서 내렸다. 꽤 걸어야 大洋晶典·天安千树에 이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10분도 못 걸어 유튜브에서 보았던 건물 大洋晶典이 나타나지 않는가. 사람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커다란 쇼핑몰이었다. 1층은 탁 트여 있었고 본격적인 상점은 2층부터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한 층 올라가기 시작했다. 끝 층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이 있었고 옥상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었다. 그런데 모습이 특이하다. 비닐 천막 같은 게 여럿 쳐져 있고 그 안에 손님들이 들어앉아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옥상으로 난 입구에 종업원들이 서 있었지만 들어서는 구경하러 들어가는 나를 제지하지 않았다. 옥상으로 나가서 아래를 굽어 보았다. 까마득히 아래로 강이 흐르고 있었다. 苏州河였다. 황푸강의 지류다. 강을 내려다보며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왔다. 1층으로 내려오니 드넓은 공간에 소녀들이 수십 명 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이돌 지망생으로 보이는 소녀들은 아주 어렸다. 10대 초반이나 중반쯤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大洋晶典 안은 별로 특징적인 것이 없었다. 여느 쇼핑몰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大洋晶典을 나왔다. 大洋晶典·天安千树는 밖에서 보아야 진가가 드러난다. 건물 외양의 디자인이 가히 환상적이다. 千树는 천 그루의 나무란 뜻 아닌가. 건물 외벽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툭 튀어나온 시설물을 둔 뒤 나무를 심었다. 그게 천 개인 모양이다. 아니 정확히 천 개는 아닐지 모른다. 어쨌든 그런 외부 디자인을 한 건축물을 지구상에서 좀체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어떤 건축가의 아이디어인지 참으로 경탄스러웠다. 大洋晶典·天安千树 밖에 난 길을 굽이굽이 돌아 주차장 입구의 외벽의 그림을 감상했다. 이 벽화 또한 유튜브에서 보았던 것이다. 상하이의 옛 모습을 단편적으로 그려 놓았다. 大洋晶典·天安千树는 두 덩어리였다. 大洋晶典이 있는 쪽은 완성되어 있었고 다른 한 덩어리는 한창 공사 중이었다. 신축인지 보수 공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길을 건넜다. 건너편은 큰 가구 상가였다. 침대며 주방용품 등이 상점마다 전시되어 있었다. 거기서 梦百合이라는 브랜드를 보았다. 아! 세계바둑대회를 개최한 회사가 바로 여기였구나! 가구 상가를 나와 苏州河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苏州河 북쪽 강변에 있는 산책로를 걷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산책로로 가는 입구를 찾지 못했다. 막혀 있었다. 결국 다시 다리를 건너서 제자리로 돌아온 뒤 苏州河 남쪽 강변 산책로를 걸었다. 방향은 둘이다. 동쪽으로 가면 上海M50创意园이 나오고 서쪽으로 가면 큰 공원이 있다. 苏州河梦清园环保主题公园이었다. 梦清园环保主题公园으로 방향을 잡았다. 애초 계획에 없었던 곳이지만 그냥 가보기로 했다. 꽤나 넓은 공원이었고 수목이 우거지고 여러 가지 시설이 많았다. 강변에 있는 그 공원 산책로를 걷다 보면 苏州河를 건널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끝내 다리는 없었다. 결국은 공원을 다 돌아보고 원래 자리인 大洋晶典·天安千树로 돌아왔다. 그리고 애초 계획했던 上海M50创意园을 향했다. 여기까지 와서 上海M50创意园을 보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과연 별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겉만 봐서는 上海M50创意园은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다. 낡은 건물이 여러 채 흩어져 있었다. 창고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안에 들어서니 전혀 달랐다. 온갖 미술 관련 작업장, 전시장, 아틀리에가 가득했다. 그림이며 사진이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아마 미술 전문가라면 하루 종일 봐도 좋을 만하지 않았을까. 미술에 식견도 없었지만 시간에 쫓기는지라 겉만 훑어보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상하이는 건축의 도시기도 하지만 미술, 예술의 도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싶다.


다시 江宁路역으로 돌아와 지하철을 타고 난징시루역에서 내렸다. 인민광장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환승해야 했다. 그런데 환승이 특이하다. 역 안에서 갈아타는 게 아니었다. 완전히 역을 빠져나온 다음에 새로 타야 했다. 그런데 역을 찾는 게 간단치 않았다. 방향 표시가 있긴 했으나 갑자기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인파는 엄청나고 역 입구는 찾아지지 않고 잠시 당황했으나 다행히 곧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한 정거장을 타고 가 인민광장역에서 내렸다. 그곳에서 어마어마한 인파에 압도당했다. 세 노선이 만나는 인민광장역은 참으로 사람이 많았다. 출구도 또한 이만저만 많지 않다. 20호 출구로 나왔는데 유독 그 출구만은 희한하게 사람이 적었다. 버스투어를 하고 싶었다. 이제 하룻밤만 자면 서울로 돌아간다. 사흘 동안 부지런히 상하이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편안하게 2층 버스에 앉아서 시내를 굽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뜻은 이뤄지지 않았다. 버스투어 정류장으로 보이는 곳에 서서 QR코드를 찍었으나 정보가 안 뜬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근처의 다른 곳으로 가서 버스투어 2층버스가 오나 보았으나 역시 안 온다. 결국 버스투어를 포기했다. 대신 일반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 노선을 알지도 못한다. 아무 버스나 타기로 했다. 451路 버스가 오길래 냉큼 탔다. 그 버스는 푸둥 지구로 가는 버스였다. 황푸강은 지하터널로 건넜다. 황푸강 지하에 자동차가 다니는 터널이 뚫려 있는 것이다. 퇴근 시간이어서 그런가 터널을 빠져나와 푸둥 지구 일부 구간에서 심한 교통 정체가 있었다. 그 곳을 빠져나온 후로는 버스는 맹렬히 달렸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지만 어둠 속에 시가지는 이어지고 있었다. 버스는 거의 난폭운전에 가깝게 달렸는데 더 이상 가서는 안 되겠다 싶어 한 정거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길을 건너려 하는데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가 왜 이리 먼가. 그뿐이 아니다. 아까 내린 곳 바로 맞은편에 반대쪽 버스정류장이 있어야 마땅하건만 그렇지 않다. 훨씬 더 먼 곳까지 가야 버스정류장이 있었으니 말이다. 다행히 451路 버스가 오래지 않아 왔고 그걸 타고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역시 황푸강 지하터널을 지났고 시내 한복판인 大世界에 오니 정체가 엄청났다. 인민광장에서 내렸다.


이제 저녁을 먹어야 한다. 한국에서 여행 준비할 때 어떤 사람 유튜브에서 상하이에 가면 베이징덕을 먹어볼만하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생각이 나 잠깐 검색 끝에 인민광장 옆 新世界城 9층에 있다는 京雲華를 찾아갔다. 그 층은 온통 식당가였다. 그리고 집집마다 기다리는 사람이 여간 많지 않았다. 혼자서 자리를 잡아 먹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내 베이징덕 먹기를 포기하고 그나마 빈자리가 있는 식당 아무데나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 식당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중에 눈에 띈 식당이 일본식 라면을 주로 파는 三代目이란 데였다. 가까스로 빈자리 하나를 잡아 36위안짜리 면을 시켜 먹었다. 저녁을 그렇게 때웠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1층 문이 열리면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수족관이 눈앞에 있었고 독특하게 생긴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지 않은가! 잠시 수족관을 구경하다 新世界城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老西門역에서 내렸다. 호텔로 들어가기 전 패밀리마트에 들러 내일 아침 먹을 것을 샀다. 내일 아침은 호텔 뷔페를 먹지 않을 참이다. 왜냐하면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수향마을인 七宝古鎭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첫 지하철은 5시 50분께 있다는 것을 알아놨고 호텔 아침뷔페 시작은 6시 30분부터니 뷔페는 포기한다.


셋째날 다닌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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