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상하이 기행 (9)

칠보고진(七宝古鎭)

by 김세중

눈을 뜨니 새벽 5시였다. 잘됐다. 딱 적당한 시간에 일어났다. 짐 챙기고 체크아웃하고 지하철역에 나가면 5시 50분 무렵 첫 지하철을 탈 수 있으니까. 방을 정리한 후 프런트로 가서 체크아웃하겠다고 하니 잠시 뒤 됐다는 게 아닌가. 두 차례 아침 뷔페 중 첫날은 계산을 안 했는데 그걸 달라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그 정도는 그냥 서비스로 주나 보다. 호텔을 나섰다. 아직 어둠 속이지만 거리엔 청소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청소차가 도로 바닥을 쓸고 지나가기도 했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말이다.


5시 55분께 첫 열차가 왔다. 승강장에 손님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경비하는 이는 승강장에 이미 서 있었다. 딱히 할 일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도 말이다. 이제 七宝로 간다. 갈아타지 않고 老西門역에서 바로 간다. 30분쯤 지나 七宝역에 닿았다. 밖으로 나오니 거대한 상가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우선 방향을 잡아야 했다. 어느 쪽으로 가야 七宝 수향마을이 나오나. 지도 앱을 켜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점점 七宝古鎭에 다가가는데 길거리에서 어떤 간판을 보고 크게 놀랐다. 어느 약국이었는데 간판에 于1851이라 돼 있지 뭔가. 1851년에 문을 열었다는 뜻이니 어찌 놀랍지 않나. 드디어 七宝古鎭 정문에 이르렀다. 마을의 북쪽 끝이다. 길이 세 살래 있다. 제일 왼쪽 길로 들어섰다.



한참을 걸으니 폭이 몇 십 미터 되는 개천 위에 다리가 놓여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향마을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가운데가 볼록한 모양의 다리가 개천 따라 세 개 놓여 있었다. 길이 참 많았다. 큰 길, 작은 길... 골목을 누비기 시작했다. 될 수 있으면 이 七宝古鎭의 모든 골목길을 밟아보고 싶다. 이리 저리 돌아다닌 끝에 얼추 七宝古鎭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많았다. 수백 년 전부터 있었던 마을이 지금은 관광지로 변해 남아 있는 것이다. 상하이에 이런 수향마을이 몇 군데 있고 七宝古鎭은 시내에서 비교적 가까이 있는 곳이다. 이 마을 안에는 상점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도 더러 있었다. 골목을 누비다 주택가로 불쑥 들어가기도 했다. 마을 남쪽 끝에 다다랐을 때 시장과 만났다. 규모는 작았지만 한국의 시장통이나 분위기가 흡사했다. 채소 가게, 정육점, 수산물 가게가 쪼르르 있었다. 계란만 파는 가게도 있었는데 계란도 종류가 참 다양하다는 걸 알았다. 시장 풍경은 한국, 베트남 등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시장 모습이 어디 다를 리 있겠는가. 상하이 시내에서 사흘 동안 보지 못했던 시장 풍경을 처음으로 조금이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못 보던 채소도 있었다. 궁채라 하나. 키가 사람 키보다 훨씬 큰 대를 상인이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골목을 누비다가 지도에 있는 천주교회를 찾고자 했다. 잘 찾아지지 않아 헤매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났다.



천주교회는 마을 맨 남쪽 주택가 안에 있었다. 교회 마당은 텅 비어 있어 조용했다. 그런데 교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족히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교회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참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중국어로 말이다. 10여 분 서 있다가 슬그머니 빠져 나왔다. 놀랐다. 이렇게 천주교 신자가 많은 것에 놀랐고 이른 시간에 이 많은 사람들이 대체 어디서 왔는지 궁금했다. 어디선가 왔을 거 아닌가. 중국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는 건데 개신교 교회도 많을까. 天主堂을 나와 다시 마을로 들어왔다.



순라꾼들이 참 많았다. 근무하기 전에 아침 조회를 하느라 모였을까 七宝古鎭 입구에 2~30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제복의 등에는 巡邏라 적혀 있었으니 순라꾼이 맞을 것이다. 이 평화로운 마을에 이들이 하는 일은 대체 뭘까. 마을에는 수백 년 전의 모습을 엿보게 해주는 가게도 있었다. 典當街였다. 설명이 써 붙여 있었다. 옛날 이 시장통에서 금융 업무를 맡아 했다고 말이다. 마을 가운데는 중국 초기 조각가의 한 사람이라는 张充仁의 기념관이 있었다.



수향마을인 七宝古鎭을 나왔다. 마을 동쪽 개천 건너에 금빛으로 빛나는 七宝教寺가 있었지만 멀리서 보기만 하고 마을을 떠났다. 이제 시내로 간다. 마지막 여정은 마천루가 그득한 루자쭈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