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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동생 vs 막냇동생

국어사전이 언어 혼란의 주범이어서야

by 김세중

여러 해 전 시인이자 국어교사 한 분이 <미친 국어사전>이라는 책을 펴내 주목을 끌었다. 어떻게 해서 국어교사가 국어사전을 미쳤다고까지 했을까. 국어사전이 무슨 문제가 있길래 그랬을까. 뜻풀이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면에서 국어사전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아 그랬겠지만 필자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단어의 표기부터 황당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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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국어사전에 '막내동생'은 틀렸고 '막냇동생'이 맞다고 되어 있을 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어느 땐가 국어사전에 '막냇동생'이라 돼 있음을 알게 됐다. 신문 기사에서 '막냇동생'이라는 낯선 표기를 접하고 국어사전을 확인해 보니 과연 그랬다. 그러나 60이 넘게 살았지만 나 자신이 '막냇동생'[망내똥생]이라 발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주위의 누구도 [망내똥생]이라 발음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누구나 [망내동생]이라 했다. 그렇다면 '막내동생'이지 '막냇동생'이라 적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신문에는 '막냇동생'이라 나오니 웬 일인가 싶었고 국어사전에 '막냇동생'이라 나와 있음을 보고는 국어사전이 문제의 근원임을 알게 됐다.


신문 기사에는 어떻게 쓰였는지 알아보기 위해 빅카인즈에 들어가 보았다. 빅카인즈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의 기사를 죄다 올려 놓고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막내동생'은 총 4,348건, '막냇동생'은 2,933건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만 놓고 보면 '막내동생'은 매년 수십 건 꾸준히 나타나지만 '막냇동생'은 한두 건이거나 10건 미만이다. 전혀 안 쓰인 해도 있다. 2000년 이후에도 '막내동생'은 지속적으로 높은 빈도로 검색되지만 '막냇동생'은 '막내동생'에 비해 한참 사용 빈도가 떨어진다. 물론 거의 쓰이지 않던 1990년대에 비하면 꽤나 늘어났지만 말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표준국어대사전은 1999년 발간되었고 이 사전이 나온 후로 '막냇동생'의 출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막내동생'으로 통일되어 있었는데 국어사전에 '막냇동생'으로 올라 있으니 신문에서 '막냇동생'의 쓰임이 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막내동생'이 '막냇동생'보다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막내동생'으로 사실상 통일되어 있었는데 '막냇동생'이 뛰어들어 말을 혼란케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신문 기사가 언어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신문 기사는 교열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고 교열은 국어사전을 바탕으로 한다. 즉 국어사전 때문에 '막냇동생'의 출현이 제법 높게 나오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의 일상언어에서는 '막냇동생'은 훨씬 낮은 빈도로 쓰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쯤 되면 국어사전이 언어생활의 혼란을 부추긴다고 말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필자는 [망내똥생]은 물론 [망내쌈촌], [망내싸위], [망낸며느리] 같은 발음을 들어본 기억과 경험이 없다. [망내삼촌], [망내사위], [망내며느리]란 말만 들어 보았다. 그렇다면 '막내삼촌', '막내사위', '막내며느리'여야지 '막냇삼촌', '막냇사위', '막냇며느리'로 적어야 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 그러나 국어사전에는 '막냇삼촌', '막냇사위', '막냇며느리'라 되어 있다. '미친 국어사전'이란 말이 안 나온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지 않나.


c1.png '막내동생'의 사용 변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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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막내고모'도 없고 '막냇고모'도 없는데 이는 마땅히 올라야 할 말이 안 오른 경우다. 올린다면 '막냇고모'라 올리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사람들이 [망내고모]라 발음하는지 [망내꼬모]라 발음하는지 조사를 해 보고 올리기 바란다. 다수의 사람들이 [망내고모]라 발음하면 '막내고모', 다수의 사람들이 [망내꼬모]라 발음하면 '막냇고모'라 올려야 한다. 그런 조사 없이 '막냇삼촌', '막냇사위', '막냇며느리'라 이미 사전에 올라 있으니 이에 맞추어 '막냇고모'라 올릴 거라 짐작되지만 말의 주인은 언어 사용자들이지 사전 편찬자가 아니지 않나. 국어사전이 바로 서야 한다. 국어사전 때문에 국어가 혼란스러워지는 일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막내고모'와 '막냇고모'를 빅카인즈에서 검색해 보았다. '막내고모'는 101, '막냇고모'는 0이었다. 굳이 발음 조사를 해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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