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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 법은 달라져야 한다

'여행'을 보며 '해태'를 생각한다

by 김세중

필자는 작년에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국가 기본법인 민법, 형법, 상법 등이 1950년대나 1960년대초에 만들어지다 보니 지금 보기에는 낯설기 그지없는 표현이 꽤나 섞여 있다. 민법, 상법 등에 숱하게 나오는 '해태하다'는 그 한 예다. '해태하다'는 1950년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였던 말이겠으나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낯설기 그지없는 말이다. 누가 '해태하다'라는 말을 쓰나? 그러나 민법, 상법 등에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민법에는 '해태하다'만 쓰이고 있지 않다. 민법에 새로 추가된 조문에는 '해태하다'가 쓰이지 않고 대신 '게을리하다'가 쓰이고 있다. 민법 안에 '해태하다'와 '게을리하다'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뒤죽박죽이다.


오늘 친우로부터 아버지 유품에서 찾은 거라며 5.16 혁명공약을 받아보았다. 재건국민운동실천요강은 7개 항으로 되어 있는데 두번째 항이 '내핍생활의 여행'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내핍생활'은 알겠는데 '여행'이 의아했다. 알고 보니 여행勵行이었다. 힘써 행한다는 뜻으로 실천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당시에는 '여행'이 통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민법, 상법 등에 남아 있는 '해태하다'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새로 들어간 조항에서는 '게을리하다'로 쓰면서도 제정 때부터 있던 조문의 '해태하다'는 그대로 두고 있다.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법을 시대에 맞게 바로잡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정쟁에 매몰돼 있는 국회가 언제 이런 문제에도 눈을 뜰까 답답하고 안타깝다.


5_c8jUd018svc2qip1p5ks0e_2irz8s (1).jpg '여행'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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