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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타팜

복고인가

by 김세중

한 조간신문(조선일보)의 농산물을 소개하는 면에서 미스타팜이라는 로고를 보고 적이 당황했다. 미스타팜미스타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Mr가 아닐까 싶었다. 달리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Mr미스타인 건 맞나? 같은 계열사인 TV조선에는 미스트롯이라는 인기프로그램이 있는데 어찌 신문에서는 미스인가.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8_4fjUd018svc1ml595l9k5cwa_hgt0e.png 신문의 농산물 소개 코너의 로고



그러면서 미스터팜이라 하지 않고 미스타팜이라 한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작명을 한 이가 연로하거나 아니면 이 면을 주로 읽는 독자층이 연로한 세대가 아닐까 하는 짐작까지 해보았다. 그렇게 짐작하는 이유가 있다. 예전에는 미스타라는 말이 곧잘 쓰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1960년대 어린 시절에 가수 김상희가 부르는 '키다리 미스타김'이라는 노래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그래서 지금도 그녀의 음성이 귓전에 맴돌 정도이다. 음반의 표기도 '미스타'였지만 노래할 때의 발음도 분명 '미스타'였다. 사실 이 노래는 가수 이금희도 불렀다. 그러나 김상희의 노래가 더 많이 들렸던 것 같다. 어쨌거나 당시에는 미스타김이었다.


c.png 1960년대에는 '키다리 미스타 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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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서 미스타는 차츰 미스터로 바뀌어 갔다. 1990년대 이후에 이금희, 김상희가 다시 부른 그 노래는 키다리 미스터김이다. 다음 세대 가수인 주현미가 부른 노래도 키다리 미스터김이다. 요즘 검색에는 키다리 미스타김보다 키다리 미스터김이 더 두드러진다.


이렇게 외래어도 시간이 흐르면서 형태가 바뀌는 일이 흔한데 다시 복고풍의 미스타가 등장하니 웬 일인가 싶은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미스타팜의 홈페이지가 있는데 홈페이지 주소는 mistar.com이라는 것이다. 한글 미스타에 맞추어서 mister가 아닌 mistar라 한 것이다. 그러나 영어에는 mistar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없다. mister가 있을 뿐이다. 홈페이지 주소를 뭘로 하든 그건 자유니까 뭐라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 공기(公器)라 할 신문에서 복고풍 단어를 쓰니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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