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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유북'을 접하고

고정관념 타파

by 김세중

새로 알게 된 출판 플랫폼 '유북'은 몇 가지 면에서 대단히 신선하다. 우선 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책'은 국어사전에 '일정한 목적, 내용, 체재에 맞추어 사상, 감정,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여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것'이라 뜻풀이되어 있다. 책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사전의 이 뜻풀이에 이의를 달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전의 이 정의에 빠진 게 있다. 책이라고 하면 글이나 그림을 적거나 인쇄하여 묶기만 하면 다 책인가. 책은 명문화된 규정은 없을지 몰라도 상당한 분량이 돼야만 책이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50쪽 이상이라야 책으로 본단다. 달랑 10장, 20장을 묶는다고 책이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더 엄격한 기준도 있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부여받아야 책이라 할 수 있다. 그게 없는 책은 인쇄물일 수는 있어도 책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 제약을 깬 새로운 읽을거리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유북'에서 유통하고 있는 미니북이 그것이다. 미니북은 한 페이지가 10000바이트 이내다. A4 한 장 정도다. 미니북은 이런 페이지가 10여 개 내외로 이루어진다. 당연히 국제표준도서번호와는 무관하다. 비록 길이는 짧아도 내용만 알차다면 그게 무슨 상관일까. 유북의 제안을 받고 지난달에 상하이에 다녀와서 쓴 여행기를 미니북으로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유북에 올렸다. 시장의 반응이 어떨지는 두고 봐야겠다.


중요한 것은 참신한 시도이다. 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형태의 읽을거리가 등장한 것은 반길만하다. 더불어 유북의 방식에서 참신함을 넘어 혁명적인 방식이라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글이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제공된다는 것이다. 내가 한국어로 글을 쓰면 12개 언어로 번역이 된다. 독자층이 지구촌으로 확대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번역의 질이다. 인공지능으로 번역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번역해도 완벽할 수는 없는 만큼 인공지능이 번역한 거라고 불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인공지능은 날로 정교해지고 있지 않는가. 무릇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유북의 멋진 도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c.png 유북에 올린 미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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