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버지?
기나긴 설 연휴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를 보면서 눈이 크게 떠졌다. 연합뉴스의 기사 제목에 '설 연휴 둘째 날 ......'이라 돼 있어서다. 왜 '둘째 날'처럼 띄어썼을까. 붙이지 않고 말이다.
이튿날엔 '연휴 셋째 날......'란 기사 제목이 떴는데 역시 '셋째 날'로 띄어썼다.
무엇보다도 '둘째 날', '셋째 날'은 직관에 안 맞는다.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과거에는 어땠는가 찾아보았다. 1920년부터 1999년까지 무려 80년간의 신문기사를 보여주는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에서 검색해 보았다. 둘째날, 둘쨋날이 부지기수로 나왔다. 띄어쓰지 않고 붙여쓴 사례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둘째날처럼 '째'에 사이시옷을 넣지 않거나 둘쨋날처럼 '째'에 사이시옷을 넣어 '쨋'으로 한 차이가 있을지언정 붙여쓴 사례가 이다지도 많았던 것이다. '둘째 날'이 이상하게 느껴진 것은 이런 과거의 붙여쓴 사례가 내 뇌리에 깊이 박혀서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연합뉴스 기사 제목의 둘째 날은 대체 무엇에서 비롯했을까. 국어사전 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국어사전에는 둘째날도 없고 둘쨋날도 없다.
국어사전에 둘째날도 둘쨋날도 없다는 것은 둘째 날로 띄어쓰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마 그래서 연합뉴스 기사 제목이 둘째 날, 셋째 날로 나왔을 것이라 본다. 직관에도 맞지 않고 과거의 수많은 사례와도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필자는 둘째날이든 둘쨋날이든 국어사전에 올라야 한다고 본다. 사이시옷을 넣는 게 좋은지 넣지 않는 게 좋은지는 별도 문제로 하고 말이다. 과거의 수많은 붙여쓴 사례는 언중이 둘째날, 둘쨋날을 한 단어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둘째날이나 둘쨋날을 표제어로 올리지 않은 국어사전이 이상한 말을 사전 표제어로 올려 놓고 있다. 둘째아버지, 둘째어머니다. 난 살아오면서 둘째아버지, 둘째어머니란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아버지가 하나뿐이지 어째 둘째아버지가 있단 말인가. 계부가 둘째아버지인가. 그게 아니다.
둘째아버지는 둘째 큰아버지나 첫째 작은아버지를 가리킨단다. 이른바 중부(仲父)나 숙부(叔父)를 가리킨다는 건데 이런 용법이 지금 통용되는지 심한 의문이 든다. 과거에 중부나 숙부를 둘째아버지라 일컬었는지 모르겠으나 둘째 큰아버지, 첫째 작은아버지면 됐지 둘째아버지는 몹시 낯설다.
지금 사전에 필요한 것은 둘째아들, 둘째딸, 둘째며느리, 둘째사위 등이다. 둘째아들, 둘째딸, 둘째며느리, 둘째사위 등은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맏아들, 큰아들, 작은아들운 있는데 왜 둘째아들은 없을까. 왜 차남은 있으면서 둘째아들은 없을까. 무엇보다 둘째아버지는 있으면서 왜 둘째아들, 둘째딸, 둘째며느리, 둘째사위 등은 없는가. 둘째 날, 셋째 날을 보면서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본다. 사전에 문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