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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문제 있다 2

현타

by 김세중

언제부턴가 현타란 말이 부쩍 쓰인다. '현타가 왔다'고 한다. 현타현실자각타임의 준말이다. 대체 현타란 말은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을까. 내가 젊었을 땐 들어본 적이 없다. 빅카인즈에서 검색해 보니 고작 10년 남짓 같다. 말이란 자꾸만 새로 생겨나기 마련인데 현대에 와서는 더욱 발생 빈도가 잦아진 듯하다. 신어를 모르면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자칫 뒷방 노인 취급받기 십상이다.


현타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우리말샘에 이렇게 되어 있었다.


c2.png 왜 '賢'인지 모르겠다



깜짝 놀랐다. 현타에 대해 賢←time이라 해 놓았기 때문이다. '현실 자각 타임'을 줄여 이른다고 했는데 은 뭘까. '어질 현'인 은 '현명하다'라는 뜻이 아닌가. 현실과는 상관이 없지 않나.


어안이 벙벙해져 다른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다음국어사전은 고려대에서 편찬한 것인데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다.


c1.png 고려대에서 낸 사전에는 바르게 돼 있다


다음국어사전에는 現←time이라 해 놓았다. 제대로 돼 있다. 다행이다.


현타의 어원에 대해 한 사전에는 賢←time이라 돼 있고 다른 사전에는 現←time이라 돼 있다. 현실 자각 타임현실現實이므로 現←time이 옳다. 사전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현타賢←time이라 한 사전에서 당혹감을 느낀다. 한 시인은 미친 국어사전이라는 책까지 펴냈는데 국어사전이 어찌 미칠 수 있겠나마는 사전의 엉뚱한 기술을 보고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모름지기 국가기관이 내는 사전이라면 오류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 오명을 피할 수 있고 나아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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