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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신기한 알고리즘

algorithm 이야기

by 김세중

독자들은 '신기한 알고리즘'이란 제목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비로소 필자가 왜 알고리즘을 신기하다 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럼 알고리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알고리즘이라고 하면 아마 사람들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유튜브가 아닐까 생각된다. 유튜브를 컴퓨터에서 열든 모바일에서 열든 사람에 따라 유튜브에 떠오르는 영상이 다르다. 어떤 사람 컴퓨터에서는 클래식음악 영상이 부쩍 많이 보이고 또 어떤 사람 컴퓨터에서는 7080이 좋아하는 카페음악 영상이 부쩍 많이 보인다. 정치에 관한 온갖 영상도 마찬가지다. 유튜브가 어찌 알았는지 사용자의 취향, 경향을 기민하게 파악해서 그가 좋아할만한 동영상을 들이민다. 이런 걸 알고리즘이라 하는 것 같다. 거칠게 말해서 말이다.


그럼 알고리즘이란 말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알고리즘은 9세기 페르시아 수학자 알콰리즈미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오늘날 영어 단어 algorithm으로 정착되기까지의 변천 과정을 인공지능 perplexity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The evolution of the word can be traced as follows:

Al-Khwārizmī wrote influential works on Hindu-Arabic numerals and arithmetic.

Latin translations of his texts appeared in the early 12th century, with titles like "Liber Alghoarismi" or "Liber Algorismi"

The Latinized form of his name, "algorismi" or "algorithmi," became associated with the Hindu-Arabic numeral system and arithmetic methods.

By the 13th century, the English word "algorism" appeared, derived from the French "algorisme".

In the 15th century, influenced by the Greek word "arithmos" (meaning "number"), the Latin word was altered to "algorithmus"

Finally, "algorithmus" evolved into the modern English word "algorithm"


요약하면 13세기에 영어 단어 algorism이 나타났는데 15세기에 그리스어의 영향을 받아 algorithmus로 철자가 바뀌었고 algorithmus가 결국은 algorithm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발음은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적어도 철자는 s에서 th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영어 단어 algorithm의 발음은 [ˈæl.ɡə.rɪ.ðəm]이다. 여기서 ð을 주목해야 한다. ð는 this, that에 나오는 소리다. 당연히 한글로 옮길 때는 ''으로 표기된다. 요컨대 algorithm의 한글 표기는 앨거리듬 또는 알고리듬이지 알고리즘일 수 없다. 적어도 외래어 표기법으로는 그렇다.


필자가 알고리즘이 신기하다고 한 이유를 이제 짐작할 것이다. 왜 알고리이 아니고 알고리이냐는 것이다. 정말이지 ''은 뜬금없다. th[ð]는 ''이지 ''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리즘이라고 하는데 이건 좀 이상하지 않냐는 말을 좀 길게 했다. 물론 이상하다고 했을 뿐 알고리이 틀렸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알고리이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대체 필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독자는 눈치챘을지 모르겠다. algorithm의 영어 발음이 [ˈæl.ɡə.rɪ.ðəm]이고 따라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앨거리 또는 알고리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알고리이라고 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외래어 표기법은 그저 참조 사항일 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외래어가 새로 들어오면서 외래어 표기법과 다르게 굳어진다. 알고리도 그런 예다. 알고리은 도무지 근거를 찾을 수 없지 않은가.


외래어 표기법 제5항은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이미 굳어진 외래어'의 해석을 잘 해야 한다. 과거에 들어와 '이미 굳어진' 외래어뿐 아니라 지금 들어오면서 바로 외래어 표기법과 다르게 굳어지는 외래어도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알고리즘이라 하지 말고 알고리듬이라 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말의 주인은 학자가 아니라 언중이고 언중은 참 변덕스럽다. 관용은 언중이 부리는 변덕의 산물이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오늘도 내 취향을 파악한 알고리즘에 따라 유튜브에는 내가 좋아할만한 영상이 계속 올라온다. 거기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니 일탈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는 게 좋고 우물에 갇혀 있지 않아야 하는데 헤어날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알고리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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