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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홀튼'을 보며 외래어 표기법을 생각한다

언어는 관용 덩어리다

by 김세중

스타벅스가 세계를 주름잡고 있지만 이를 뒤쫓는 브랜드도 여럿이다. 팀홀튼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팀홀튼은 캐나다의 하키선수였던 팀 홀튼이 1964년 만든 것인데 1974년 그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에 그의 사업 파트너였던 론 조이스가 크게 발전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한다. 론 조이스도 2019년 세상을 떠났다니 팀홀튼을 만든 이들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러나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도 팀홀튼의 주요 사업 대상국이다. 서울 곳곳에 팀홀튼이 있다.


팀홀튼은 처음에 사명이 Tim Horton Donuts였다가 Tim Horton's로 변경했고 지금은 Tim Hortons란다. 필자가 관심 있는 것은 한국에서 Tim Hotons를 어떻게 부르고 어떻게 한글로 적느냐에 대해서다. Tim Hortons는 한국에서 팀홀튼으로 불린다. 검색창에서 팀홀튼으로 검색되고 광고에서도 팀홀튼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Horton홀튼이 되나.


Horton은 발음이 국제음성기호로 /ˈhɔr tn /이다. 그럼 이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한글로 적으면 어떻게 될까. 호튼이다. 홀튼이 될 수 없다. r은 발음이 약해서 보통 무시된다. Carter카터라 하지 카르터칼터라 하지 않지 않는 데서도 알 수 있다. Horton호튼이지 홀튼일 수 없다. Holton일 때만 홀튼이 된다. 철자와 발음이 r인데 홀튼이라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Tim Hortons은 한국에서 으로 불릴까. 이라 하지 않고 말이다. 여기에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기란 어려울 듯하다. 아마 팀호튼도 생각해 봤을 테지만 팀호튼팀홀튼 중에서 팀홀튼이 더 끌려서였기 때문 아닐까. 그럼 팀호튼을 꺼린 이유는 뭘까. 필자의 추측은 팀호튼이라 하면 ''를 짧게 발음하기 쉽고 그럼 영어 Tim Hortons의 발음과 거리가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Tim Hortons팀홀튼으로 굳어졌다. 외래어 표기법을 따라 팀호튼 또는 팀호튼스라 해야 한다고 누군가 외친다 해도 의미 없는 주장에 그칠 것이다. 브랜드를 가진 회사에서 팀홀튼이라 하는데 남이 무슨 자격으로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외래어 표기법은 곳곳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외래어 표기법 자체에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라는 규정도 있다. 이미 굳어진 외래어뿐 아니라 들어오자마자 표기법과 다르게 굳어지는 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관용은 존중되어야 한다. 언어는 관용 덩어리다. 규칙이 적용될 여지는 무척 좁아 보인다. 그렇다고 표기법 자체가 쓸모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요컨대 말을 너그럽게 볼 필요가 있다. 언중은 규칙을 싫어한다. 규칙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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