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학습 열기가 뜨거운데 정작 한국에서 한국어를 홀대하다니
요즘 점심 한 끼에 9천~만 원은 보통이다. 그 아래는 보기 드물 정도다. 그런데 친구가 법원 구내식당 점심이 7천원이라며 가성비가 좋다 해서 따라갔다. 반찬이 풍성했다. 반찬과 밥을 다 자기가 먹을 만큼 떠먹을 수 있게 돼 있었다. 훌륭한 한 끼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실내 분위기도 근사했다. 조명이 밝고 우아해서 마치 고급 식당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감탄하며 식당 내부를 둘러보는데 시선이 한쪽 벽에 멈추었다. 거기에 큼직하게 FOOD, DRINK, RETURN이라 적혀 있었다. 잠깐 대형마트 식품 코너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대형마트야 매출을 올리는 게 최상의 목표니까 영어로 칠갑을 해도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보수적이고 근엄하기 이를 데 없는 법원 등기국의 구내식당에 온통 영어라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대한민국인데 한글, 한국어는 어디 가고 영어가 구내식당에 도배돼 있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외국인은 보이지 않았다. 법원 직원이거나 민원인들뿐이었다. 모두 한국사람들이다. 등기 관련 일을 보러 온 사람들일 것이다. K-드라마, K-시네마, K-팝, K-푸드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K-컬처가 한껏 성가를 높이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습 열기도 여간 뜨겁지 않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 한글, 한국어가 홀대받는다. 이 부조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법원 식당은 누가 운영하나. 이 모습을 외국인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여기 한국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