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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믿나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by 김세중

2022년 11월 30일 챗gpt가 공개된 후로 세상이 달라졌다. 그 후 우후죽순처럼 인공지능이 나타났고 앞으로 또 얼마나 성능이 뛰어난 인공지능들이 모습을 드러낼지 예측하기 어렵다. 어떻든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되어 일견 행복해진 듯 보이지만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인공지능은 종래의 검색으로는 도저히 알기 어려운 일들을 거침없이 가르쳐 주긴 한다. 속도도 엄청 빠르다. 어쩌면 그리 빨리 대답을 내놓는지 번번이 놀란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공지능의 답변을 다 믿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최근 고교 평준화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일본과 중국은 고교 입학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해서 인공지능에 물어보았다. 한국과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은 이미 1970년대에 고교 평준화가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실시되었지만 일본과 중국은 지금도 여전히 고교 입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궁금증은 한국의 경우 고교 평준화가 실시되는 지역은 어디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어딘지에 미쳤다. 인공지능에 물어보기로 했다.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는 모두 평준화 지역이라고 했다. 그럼 지방 중소도시는 어떤지가 의문의 초점이었다. 범위를 좁혀서 경상북도 지역에서 평준화가 실시되는 도시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여러 인공지능에 물어보았더니 대부분 경상북도에서는 포항시만 평준화가 실시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챗gpt는 달랐다. 챗gpt는 포항시구미시에서 평준화가 실시된다고 했다. 어? 딴 인공지능들은 포항만 평준화 지역이라는데 왜 챗gpt는 구미도 평준화 지역이라고 할까? 그래서 챗gpt에 이번에는 다르게 물어보았다. "구미시에서는 고교 평준화가 실시되고 있나?" 하고 말이다. 그랬더니 챗gpt가 대답을 내놓았는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경북에서 포항구미에서 평준화가 실시된다고 답했던 챗gpt가 구미시는 고교 평준화가 실시되지 않는다고 답하는 것이었다. 직전에 한 말을 태연히 뒤집었다.


구미시 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으나 고교별 입시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챗gpt가 경상북도 포항구미에서 평준화가 실시된다고 한 대답은 틀렸다. 왜 이런 오류가 나왔을까. 이유를 모르겠다. 유료 버전의 챗gpt에서는 뭐라고 답했을지 모르겠으나 인공지능의 한계를 느낀다.


얼마 전 한 변호사와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업무에 인공지능을 제법 이용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한다고 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쓰면서 스스로 인공지능을 경계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인공지능에 의지하면서 그것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과제를 처리하는 능력이 줄어들지 않을까 염려되어 될 수 있으면 인공지능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편리하다고 너무 인공지능에 의존하면 자신의 능력이 감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된다.


자신의 능력 감퇴도 걱정해야겠지만 인공지능의 답변 자체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무리다. 방금 한 말도 뒤집는데 어떻게 인공지능의 말을 다 믿겠는가. 인공지능이라고 거짓인 줄 알면서 답하겠는가.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 정확도를 높이는 일은 인공지능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에 지나친 환상을 가지는 것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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