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아마 뭔지도 몰랐을 것이다?

신문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by 김세중

ㅈ일보에 '시장 군수의 놀라운 미술 '안목''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시장, 군수들의 미술 안목이 형편 없음을 지적하는 기사였다. 최근 신안군, 청도군에 설치된 조각 작품이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기꾼, 전과자의 것임을 이 신문은 크게 보도한 바 있다. '시장 군수의 놀라운 미술 '안목''은 이와 관련된 기사였다.


그런데 여러 사례를 제시하면서 부산 해운대구의 '꽃의 내부'라는 작품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마 뭔지도 몰랐을 것이다."라고 했다. 신문 기사는 중언부언을 피하고 최대한 압축적으로 쓴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마 뭔지도 몰랐을 것이다."는 좀 심했다 싶다. 왜냐하면 '몰랐을'이라는 동사는 타동사로서 주어와 목적어가 필요한데 주어, 목적어가 다 생략됐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을 몰랐을 거란 것인가.


추측컨대 해운대구철거된 작품이 뭔지 몰랐을 것이라는 뜻 같다. 좀 더 풀어서 말하면 해운대구가 작품을 철거하면서 그 작품이 세계적 거장의 작품임을 몰랐을 것이라는 뜻 같다. 미술 작품을 보는 안목이 없기 때문에 말이다.


c.png

그런데 이 기사는 이 작품이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도 밝혀 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여러 기사에 따르면 2017년 해운대구청이 작가 가족과 미술계에 알리지 않고 작품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철거한 것은 맞다. 그러나 완전히 없애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철거된 지 2년 9개월 만인 2019년 10월에 해운대 달맞이광장에 복원되었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구청은 문화행정의 신뢰 회복을 위해 이 작품의 복원을 결정했단다. 그리고 지금 이 작품은 해운대 달맞이길에 서 있다.


"아마 뭔지도 몰랐을 것이다."는 생략이 지나친 문장이 아닌가 하는 말을 하다가 이야기가 번졌다. 작품을 철거했다가 뒤늦게나마 다른 장소에 작품을 복원했다니 지자체의 미술 안목이 전혀 없다고는 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정말 해운대구가 설치미술 작품을 철거하면서 그것이 세계적 거장인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인 줄 몰랐을 거라는 것도 의심쩍다. 해풍과 태풍 때문에 작품이 훼손되어 그 자리에 둘 수 없었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완전히 고철로 폐기 처분했다면 다른 곳에 복원할 수 있었겠나. 신문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216297_213842_833.jpg 해운대 달맞이길에 복원된 데니스 오펜하임의 설치미술 작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공지능에 물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