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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먼 데 있지 않은데...

by 김세중

오늘 한 고교 동창으로부터 받은 충격에 대해 한마디 쓰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우연히 오늘 하루에만 인공지능을 두 가지나 접했다. 하나는 업스테이지의 솔라(SOLAR)이고 다른 하나는 오픈리서치에서 만든 oo.ai다. 국산으로는 뤼튼, 에이닷 같은 걸 주로 이용하다가 이들을 접하니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여간 다행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친구들에게도 이 소식을 알려야겠다 싶어서 밴드에 이 두 가지 인공지능에 대해 올렸다. 그리고 괄호 안에 주소를 링크해두는 걸 잊지 않았다. 그래야 바로 들어가서 써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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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얼마 뒤 댓글이 달렸는데 "싸부! 써보고 우리에게도 추천해주삼"이라고 했지 뭔가. 그는 우선 인공지능을 써본 적이 없다. 그랬기에 솔라, oo 등과 같은 고유명사를 말하니 싸부란 말이 절로 나왔을 법하다. 나는 인공지능에 대해 암것두 모르니 인공지능을 잘 아는 당신은 師父라 여겼을 법하다. 그 다음 말이 가관이었다. 써보고 추천해달란다.


주소 링크는 직접 들어가보라고 걸어둔 것이다.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써보면 어떤지 알 수 있겠기에. 그런데 링크 한번 눌러보지 않고 써보고 추천해달라고 했다. 아마 추천해본들 써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추천해달라는 말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 인공지능을 개발해보라고 권한 게 아니었다. 개발된 인공지능을 사용해보라고 권했을 뿐인데 그걸 외면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써본 사람을 師父라고만 했다.


새로운 것에 이토록 둔감한 그지만 그는 젊었을 적 일찌감치 운전면허를 따서 지금껏 차를 신나게 몰고 다닌다. 자동차에 대해선 그리 일찍 눈을 떴는데 왜 인공지능에 대해선 어렵게만 생각할까.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않을까. 손에 잡히는 자동차와 손에 잡히지 않는 인공지능의 차이가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도 처음 나왔을 때는 신선한 도전 아니었겠나.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차를 운전해볼 마음도 못 내지 않았겠는가. 실제로 내 주위에는 평생 운전면허를 따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몇 있다. 천연기념물 같은 사람들...


자동차는 일찍 접했고 좋은 차를 골라 타는 그가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머나먼 달나라 일처럼 여기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하긴 그만 그런 게 아니다. 일전에 필자의 딸은 아비가 이런저런 인공지능을 많이 알고 있음에 감탄했다고 전해 들었다. 아빠 세대 치고는 아빠가 인공지능에 밝은 것을 매우 신기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젊은이들은 60대 이상은 아예 그런 것과는 담 쌓고 산다고 치부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 경향이 있음을 나도 부인하지 않는다. AI 디바이드가 세대차를 더욱 깊게 한다. 같은 하늘 아래 산다고 같이 사는 게 아난 둣싶다. 그러나 마치 딴 세상에 사는 것처럼 살다니 될 법한 일인가. 이 일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친구는 과연 죽기 전에 인공지능을 접해 볼까.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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