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기는 한 건가
누구나 표준어라는 말을 안다. 아니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표준어라는 말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럼 이런 질문을 해보자. 표준어는 단어인가 언어인가.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냐고? 그러나 엉뚱한 질문이 아니다. 해볼만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표준어를 단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국어사전에 표준어를 찾아보면 언어라고 돼 있기 때문이다.
표준어를 흔히 단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 신문에 이런 글이 실렸다.
"아무리 자주 쓰이더라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리지 않은 말은 표준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표준어는 단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그러나 국어사전에서 표준어를 찾으면 단어라고 돼 있지 않다. 언어라고 돼 있다.
단어도 언어인데 뭐가 문제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표준어가 단어라면 표준어의 정의에도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단어라고 해야 맞지 않겠나. 표준어를 단어로 보느냐 언어로 보느냐는 실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체 표준어가 뭐냐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오늘 신문에 실린 글을 옮겨본다. 그리고 다른 부분을 강조해 보였다.
우리나라의 표준어는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했다. 매우 대담하고 위험한 발언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표준어는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누가? 누가 우리나라의 표준어는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삼는가? 근거가 뭔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말은 다 표준어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리지 않은 말은 표준어가 아니라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말은 표준어라는 얘기 아닌가. 그런데 다음과 같은 말들이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있다.
비록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뜻풀이되어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과연 표준어일까. 나로서는 고개가 저어진다. 그럼 표준어가 무엇인가. 국가에서 고시한 표준어 규정에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이 정의에는 표준어가 언어인지 단어인지 명확하지 않다. 서울말은 언어지 단어가 아닐텐데 하지만 표준어 규정의 제2항부터 읽어 보면 슬그머니 표준어를 단어로 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노가리, 따까리, 마빡, 빠구리, 삥땅, 사바사바, 세컨드, 지랄, 짱깨 같은 말들이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일까.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일지는 몰라도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따라서 노가리, 따까리, 마빡, 빠구리, 삥땅, 사바사바, 세컨드, 지랄, 짱깨 같은 말은 표준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도대체 표준어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은 표준어만 올려 놓은 사전이라는 믿음에 의문을 던진다. 애초에 표준어란 없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