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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영흥도를 찾아서

국사봉에 올라보니

by 김세중

때로 도시의 소음에서 탈출하고 싶다. 서울은 세계적 인구 밀집 지대다. 도로가 나 있지 않은 곳이 없고 늘 웅웅거린다. 그래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소음을 듣지 않을 수 있는 곳을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데가 영흥도였다. 연휴 마지막날 영흥도로 향했다.


영흥도는 처음 가는 데는 아니다. 전에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본 게 분명한 것은 다리를 건너 선재도를 지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선재도는 대부도와 영흥도 사이에 있는 섬이다. 선재대교가 놓이고 곧 이어 영흥대교가 완성된 걸로 안다. 아무튼 어제 영흥도를 찾은 건 두 번째였다. 그러나 하도 오래 전에 가보았는지라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사실상 처음 가는 느낌이었다.


지하철 4호선 종점이 오이도역이다. 그리고 오이도역 앞에 영흥도 가는 790번 버스가 있다. 배차 간격이 뜸한 게 아쉽긴 하지만 지하철에서 내려 바로 환승할 수 있으니 편하다. 마침 얼마 안 있어 버스가 왔다. 기나긴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로 들어섰고 늘 느끼지만 대부도는 정말 부산하다. 식당, 카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 옛 모습이 제법 남아 있는 대부면 원도심을 통과한다. 선재도를 거쳐 영흥도에 들어서 버스터미널에 이르니 오이도에서 한 시간 정도 지난 뒤였다.


이제 영흥도 여행을 시작한다. 섬 안을 일주하는 공영버스도 있지만 도보여행을 시작한다. 하루 실컷 걷고 싶었다. 버스터미널에서 10분쯤 걸었을까 영흥성당 앞을 지났다. 성당 건물이 나지막하니 매우 특이하다. 조용함만이 성당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골을 따라 한참 올라가다 주택 단지에서 산길이 시작됐다. 갑자기 고즈넉해졌다. 임도로 쓰일 정도로 길은 넓지만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오거리에 이르러 국사봉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갑자기 제법 가팔라졌다. 그러나 이내 정상에 이르렀고 해발 156.3m라 쓰인 정상석과 만났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전망대였고 주변에 더 높은 곳은 없었다. 다만 고도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 보니 주변의 나무에 가려서 시야가 탁 트이지 않은 건 좀 아쉬웠다. 저 멀리 자월도와 덕적도가 버티고 있었다.


통일사를 지나 장경리해수욕장에 이르렀다. 펜션이 어찌나 많은지 놀라웠다. 장경리는 달리 쟁갱이라고 했던 모양이다. 백사장은 넓었고 시야가 탁 트였다. 끝까지 걸어보았다. 이제 십리포로 갈 차례다. 물론 걸어서 간다. 한참 걸어 고개를 올라 왼쪽으로 꼬부라졌다. 십리포까지 찻길로 걷기보단 숲속길을 걷고 싶어서다. 갑자기 숲이 우거졌고 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홀로 터덜터덜 걸었다. 그리고 꽤나 걸어서야 십리포 해변에 이르렀다.


십리포에는 해변 따라 데크길이 놓여 있었다. 그 거리가 상당했다. 2km에 가깝지 않나 싶었다. 끝은 막혀 있었고 온 길을 되돌아오는 수밖에 없는 게 아쉬웠다. 십리포 거의 왔을 때 계단을 오르니 제법 시야가 탁 트인 전망대가 있었다. 비행기가 간간이 인천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무의도도 당연히 보였고. 날씨가 흐려 인천대교는 잘 보이지 않았다.


펜션, 카페가 즐비한 장경리 해변보다 십리포 해변은 좀 조용한 편이었다. 이제 영흥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역시 걸어간다. 걷되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십리포숲마루길이었다. 다시 나 혼자였다.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입구에 인천상륙작전 첫 상륙지란 팻말이 서 있었다. 영흥도도 섬인데 섬에 상륙했다는 뜻이겠다. 이어서 진짜 육지에는 또 배를 타고 가야 했을 것이다. 75 년 전엔 영흥대교, 선재대교가 있지 않았으니. 십리포숲마루길을 지나니 마을이 나타났고 영흥북로와 만났다.


차츰 선재대교가 가까워졌다.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었다. 영흥도 하늘고래전망대반딧불이하늘고래스카이워크가 압권이었다. 관광지라면 이 정도의 볼거리는 있어야 한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영흥도 수산물시장을 지나 버스터미널에 이르니 해는 완전히 진 뒤였다. 버스를 타고 영흥도를 떠났다. 다음에 또 찾으려고 한다. 국사봉과 함께 영흥도의 두 봉우리 중 하나인 양로봉을 오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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