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밭

어리버리

어리바리라니 어리둥절하다

by 김세중

국어사전이 뒤통수를 칠 때가 가끔 있다. 오늘도 그랬다. 한 신문이 이렇게 제목을 뽑았다.


c.png



어리버리 김문수라고 했다. 공당의 대통령 후보를 이렇게 말해도 되나. 그러나 오늘 문제삼는 건 어리버리라는 단어이다. 국어사전에 어리버리가 없다.


c1.png

우리말샘에서 찾으니 어리버리는 없고 어리버리하다가 있다. 놀라운 것은 어리리하다는 틀린 말이고 어리리하다가 규범 표기라는 것이다. 난 어리바리하다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리바리하다가 규범 표기라니!


c2.png


이는 고려대 한국어사전에도 같았다. 다음과 같이 돼 있었다.


c3.png



사전이 서로 서로 품앗이하는 것만 같다. 다른 사전과 달리할 생각을 않고 다른 사전을 따라서 하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언어습관을 다 안다 할 수 없으니 나는 어리버리로 알고 있지만 어리바리라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리버리로 알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어리바리라고 말하는 사람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 말이 있는 줄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 60이 넘도록 살면서 말이다. 그러나 내가 모르고 있어서 그렇지 어리버리가 아니라 어리바리로 알고 어리바리라 말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어리버리도 쓸 수 있고 어리바리도 쓸 수 있어야지 어리바리가 규범 표기이고 어리버리는 잘못된 표현, 비표준어라고 낙인을 찍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만 살리고 하나는 죽여서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그리고 죽인다고 죽지도 않는다. 엄연히 버젓이 살아 쓰인다. 국어사전이 횡포를 부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과자값'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