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문에서 미묘라는 말을 보고 놀랐다. 들어보지 못한 말이기 때문이었다. 짐작은 갔다. 미는 아름답다는 뜻일 테고 묘는 고양이렷다. 과연 예쁜 고양이를 미묘라 했다. 예쁜 고양이는 두 단어에 글자만 다섯 자인데 미묘는 한 단어에 두 글자면 되니 미묘를 쓸만하다. 문제는 국어사전에 미묘란 말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국어사전을 보고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국어사전에 없더라도 필요하면 말을 만들어 씀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덩치남이란 말과 맞닥뜨렸다. 기사는 다음과 같았다.
덩치남은 어디서 들어본 말인 것 같긴 하다. 그러나 그리 썩 많이 들어본 말은 아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없었다. 하지만 신문기사 검색을 할 수 있는 빅카인즈에서 찾아보니 더러 기사에 쓰이곤 했던 말이었다. 세 단어인 덩치 큰 남자라 하자니 말이 길어져 한 단어인 덩치남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의아하다. 국어사전은 뚱뚱녀는 올려놓고 있으면서 덩치남은 없으니 형평이 안 맞지 않는가.
그러나 정작 당황스러웠던 건 뺑뺑이란 말 때문이었다.
뺑뺑이는 앞의 미묘, 덩치남과 달리 국어사전에 올라 있었다. 문제는 뜻풀이였다. 국어사전은 이렇게 뺑뺑이를 풀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뜻풀이 1은 다음 그림이 가리키는 도구 또는 그 도구를 이용해서 하는 노름을 가리킨다고 설명하고 있다.
과연 이 뜻풀이가 충분한가. 병원 응급실을 찾아갔으나 수용을 거부해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는 것을 뺑뺑이를 돈다고 하는데 뺑뺑이의 사전 뜻풀이는 이런 뜻을 담고 있는가. 아니어 보인다. 병원 뺑뺑이는 멈추지 않고 계속 헤맨다는 뜻이 핵심이다. 사전 뜻풀이에는 그런 게 들어 있지 않다.
국어사전의 역할과 기능을 생각해보게 된다. 국어사전이 있어야 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어사전에 없지만 새말을 사람들이 자꾸 만들어 쓰는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그럼 국어사전은 필요없는가. 아니다. 국어사전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최대한 담아두어야 한다. 말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변한 사실을 기록해 두어야 사람들이 궁금하고 의심날 때 기댈 수 있다. 말은 언중보다 앞서갈 수는 없지만 바짝 뒤쫓아가야지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면 소용이 없다. 사전 편찬자들은 언어 사용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