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서 쓸 수밖에
연초에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으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안 되겠다 싶어 오늘 해결하리라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내가 가진 면허는 1종보통인데 65세 전에는 10년 후에 갱신하면 되지만 65세 후에는 5년마다 갱신해야 한다니 65세 생일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온 나로서는 더 미룰 수가 없다.
일찌감치 강남면허시험장에 도착해서 서류를 내고 검사실로 들어갔다. 검사는 시력검사뿐이었다. 아주 오래 전에 적성검사 받으며 일어섰다 앉았다, 손가락을 폈다 구부렸다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사이에 그런 게 다 없어진 모양이다. 오직 시력검사만 남았다. 시력검사에 걸리지 않을까 은근히 긴장했지만 왼쪽 눈 가리고 한 테스트, 오른쪽 눈 가리고 한 테스트, 가리지 않고 한 테스트를 다 무난히 통과했다.
지하 검사실에서 1층으로 올라와 분실 재발급과 모바일, 영문 세 가지를 모두 신청했더니 불과 5분 만에 새 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눈부신 IT 기술이 이걸 가능케 했다. 언제 찾으러 오라는 말 없이 즉석에서 해결해주니 말이다. 이제 10년 동안은 적성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1종 보통으로 운전할 수 있는 차가 뭔지 궁금했다. 인공지능에 물어보았다. 먼저 챗gpt에 물었다. 그랬더니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4톤 이하의 화물차라지 뭔가. 새로 받은 운전면허증의 뒷면은 영문이었는데 뭐라고 씌어 있는고 하니 12,000kg 미만의 화물차라 적혀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쩐 일인가. 클로드,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등 다른 인공지능은 모두 12톤 미만의 화물차라 답했는데 어찌 챗gpt는 4톤 이하 화물차란 말인가.
몇 분 뒤에 챗gpt에게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불과 몇 분 전에 4톤 이하의 화물차라 했던 챗gpt가 이번에는 12톤 미만의 화물차라 하지 뭔가. 이제야 제대로 답했다. 아까 한 답은 뭐고 이번 답은 뭔가. 왜 같은 질문에 대해 이랬다 저랬다 하는가. 사용자는 뭘 믿어야 한단 말인가.
인공지능이 제공한 정보를 다른 인공지능의 것과도 비교해 봐야 하지만 같은 인공지능의 답변에 대해 시차를 두고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랬다 저랬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오늘 경험했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이 왔다갔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다르다. 대답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 보도에 따르면 어느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신입 직원을 뽑으면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해 본 적이 있냐고 묻고 경험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한다. 그럼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해 보았다고 다인가. 아니다. 인공지능의 능력과 위험성을 제대로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을 가려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