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7년이나 지났건만
연합뉴스에서 "황당한 허경영 행각..."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 내용은 정말이지 황당하다. 칭호를 주고 거액을 받다니 그런 게 요즘 세상이 어찌 가능한지 의아하다. 그런데 그 기사 제목에 들어 있는 "1억 내면 대천사 칭호 줄께"가 필자의 눈길을 확 잡아당겼다. 줄께라니! 줄게가 줄께로 바뀐 게 1988년이다. 무려 3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뉴스 기사 제목에 줄께라 돼 있으니 놀랄 수밖에!
사실 전공자 입장에서 1988년 당시 약속을 뜻하는 어미 -ㄹ께를 -ㄹ게로 바꾼 것은 못마땅했다.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될 것을 바꾸었다 싶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긁어 부스럼격의 개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의문형 어미에서만 된소리를 쓰고 약속과 같은 다른 어미에서는 된소리로 소리나더라도 예사소리를 쓰도록 통일하자는 의도였지만 -ㄹ께에 익숙한 언중은 -ㄹ게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동안'이 아니다. 무려 3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여전히 줄께라고 쓰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ㄹ께를 -ㄹ게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라면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이제 다 부질없다. 이미 -ㄹ께가 -ㄹ게로 바뀐 지 37년이나 흘렀다. -ㄹ게를 권장하고 보급할 일만 남았을 뿐이다.
일부 -ㄹ께로 쓰는 사람이 아직 있다고 해서 -ㄹ게로 돌아갈 수 없음은 분명하다. 문제는 대중을 선도해야 할 언론사에서 구식 철자를 아직 쓰고 있으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통신사의 뉴스는 수많은 신문, 방송에서 받아 쓰는 걸로 안다. 통신사 뉴스를 제공받는 매체들이 당황하지 않겠는가. 연합뉴스는 유가 관련 보도를 할 때 끊임없이 휘발윳값이라 해서 필자를 당혹하게 했다. 휘발윳값은 한글맞춤법을 과잉 적용한 사례다. 달리 말해 잘못 적용했다. 휘발유 값이라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줄께는 맞춤법을 명명백백하게 어겼다. 엄밀하게 말하면 맞춤법이 아니라 표준어가 바뀐 것을 따르지 않은 것인데 맞춤법이냐 표준어냐는 일반인이 구별하기가 간단치 않다. 어쨌거나 줄게라 써야 할 걸 줄께라 잘못 쓴 것은 '넓은 의미의 맞춤법' 위반이다. 언론매체의 언어 사용이 이래서는 안 된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公器)다.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