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신정호 정원의 발견

아산에 신정호가 있다

by 김세중

걷는 게 낙이다. 지난 몇 년을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걷다 보니 어느새 그렇게 돼 버렸다. 얼마 전 영흥도를 훑었는데 오늘은 좀 더 멀리 나가보기로 했다. 아산이다. 아산 주변의 지도를 살펴보니 신정호라는 데가 눈에 띄었다. 국민관광지란다. 그 정도 이름이 붙어 있다면 뭔가 있을 것 같아 호기심이 발동해 가보기로 했다.


금정역에서 급행으로 갈아탔는데 천안까지밖엔 안 간다. 난 천안 지나 온양온천역까지 가야 하고 천안 전인 두정에서 내리면 갈아타기가 편하다고 해서 두정에서 내려 신창행 전철을 기다렸다. 그렇게 두 번을 갈아타고서야 온양온천역에 닿았다. 전철 안에서 지도 앱을 열어 온양온천역에서 신정호 가는 길은 충분히 익혀 두었다. 온양온천역 남쪽 출구인 2번 출구로 나와 서남쪽 방향의 신정호까지는 약 4km다. 아산 시내는 조용하다 못해 적막할 정도였다. 고개를 올라 터널을 지나니 내리막이었고 어느덧 신정호 국민관광지에 이르렀다.


그렇게 조용하던 길이 신정호에 이르니 사람들로 북적인다. 산책로로 들어섰다. 신정호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다. 4.8km라니 상당히 먼 길이다. 느긋하게 걸으면 한 시간 반은 걸리겠다. 좁은 길을 지나니 갑자기 넓은 꽃밭이 나타났다. 밭이 흙으로 덮인 게 아니라 붉은 돌이 깔려 있다. 그런 밭은 처음 본다. 자연석인가 아니면 인공적으로 깔았나. 드넓은 꽃밭에 몇 가지 꽃이 선명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저 멀리 언덕이 있었다. 계단을 올라 언덕 위에 올라서 보았다. 산들바람언덕정원이었다. 높은 데서 내려다보니 눈이 갑자기 호강하는 느낌이다. 서쪽으로 호수가 내려다보이고 하늘로 뻗은 침엽수들이 꼿꼿이 서 있다. 평화로운 언덕정원에 사람은 드문데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놀랍게도 허름한 벽돌 같은 게 스피커였고 거기서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전혀 스피커 같지 않은, 그저 평범한 돌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뿜어져 나오니 묘한 느낌이다.


다시 산책로로 들어와 숲속길을 걸었다. 곳곳에 뭔가 볼거리가 만들어져 있어 심심할 틈이 없었다. 아산시에서 참 정성 들여 꾸몄다 싶었다. 이따금 팔각정도 나타났는데 버스킹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드디어 남쪽 끝이 가까웠는데 굴삭기가 뭔가 한창 공사중이었다. 정원을 더 가꿔야 할 일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마산정(馬山亭)을 지나고 구름다리도 건넜다. 연꽃이 물 위에 그득했다. 이제 드디어 자동차가 다니는 길과 만났다. 이제까지는 도로와 멀리 떨어진 정원 산책로였는데 이제부터는 도로 옆 인도로 걸어야 한다. 찻길로 자동차가 다니니 호젓한 느낌은 없다. 그저 부지런히 걸어야 할 뿐이다. 그래도 틈틈이 호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저 멀리 산이 보였다. 광덕산은 아닌 것 같고 지도상으로는 황산 같다.


신정호를 한 바퀴 돌아야 하니 부지런히 걸어야 했는데 곳곳에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그리고 도로 가로는 카페가 많았다. 한참을 가다가는 엄청난 규모의 카페도 보았다. 거대한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건물이었는데 창가로 사람들이 줄줄이 앉아 있다. 좀 높은 지대에 위치한 그 카페의 주차장은 주차하려는 차들로 여간 붐비지 않았다. 드디어 신정호 북쪽 끝 제방에 이르렀다. 갑자기 길이 쪽 곧아졌다. 일직선이다. 신정호 수면 위로 모터보트가 요란하게 물결을 헤치고 지나갔다. 이제 상점가가 차츰 가까워졌다. 갈비, 해물찜, 초밥, 본스테이크, ... 온갖 종류의 음식점이 다 있다. 카페가 곳곳에 있음은 물론이고... 과연 국민관광지라 할만했다. 반대편 호수쪽에는 다리를 건너면 호수 위에 무인카페가 있었다. 주차장을 지나 산쪽으로 저 멀리 충무공동상이 보였다. 아산은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현충사로 유명한데 신정호 국민관광지에 장군의 동상이 서 있다. 이렇게 해서 신정호 둘레를 한 바퀴 완전히 돌았다.


신정호를 일주하면서 연신 감탄하며 찍은 사진을 밴드에 즉각 올려 친구들한테 보여주니 멋지다며 가보고 싶다는 반응이 바로 나왔다. 사진발만은 아니다. 와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멋진 공원을 왜 나는 아직껏 모르고 있었을까. 신정호 정원은 충청남도 1호 지방정원이란다. 1호의 의미가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충분히 내세울만한 훌륭한 호수공원이라는 데 기꺼이 동의한다.


나는 언젠가 논산의 탑정호도 가보았고 예산의 예당저수지도 가보았다. 탑정호, 예당저수지가 아산의 신정호보다 규모는 훨씬 컸지만 너무 커서인지 호수 전체를 일주하는 산책로는 없었다. 신정호는 달랐다. 한 바퀴를 온전하게 돌 수 있다. 4.8km니 거리도 적당하다. 다만 서쪽 구간은 자동차 도로와 나란히 있어서 조금 불편하긴 하다. 어쨌거나 신정호 산책로를 걸으면서 오랜만에 눈이 호사를 한껏 누렸다.


아산! 현충사도 좋고 외암리민속촌도 좋지만 신정호야말로 한번 와서 흠뻑 정취에 빠져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카페도 참 많아 골라잡아 가봐도 좋을 것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온양온천관광호텔 대온천탕에 들러 이리저리 탕과 습식, 건식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뺐다. 아산에 신정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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