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애기봉전망대에서

착잡함을 누를 수 없다

by 김세중

초등 동무들과 또 애기봉을 찾았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려 애기봉까지 간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5월 하순이라 춥지도 덥지도 않아 더없이 달리기 좋았다. 이번에 다시 애기봉에 간 것은 북한이 빤히 건너다 보이는 민통선 북쪽 지역에 얼마 전 스타벅스가 생겼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애기봉 전망대에 스타벅스가 생기다니! 그러나 실은 스타벅스는 핑계고 그저 친구들과 또 한번 화끈하게 운동하면서 바람을 쐬고 싶었다.


일행은 안양천합수부에서 넷이 만난 후 전호리에서 또 한 친구와 만나 다섯이서 부지런히 페달을 밟았다. 전류리 부근 자전거길이 전에는 열악했는데 이제 새로운 자전거 전용로가 만들어져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집에서 60km 정도 달려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입구에 다다랐다. 자전거를 세워 두고 걸어서 애기봉 전망대까지 갔다. 과연 스타벅스가 성업중이었고 손님들로 인산인해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스타벅스 앞 넓은 전망대에 전에는 듣지 못했던 괴상한 소음이 북쪽에서 들려와 귀를 자극하는 게 아닌가. 사람 목소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소린지 잘 짚이지도 않았다. 다만 웅웅거리는 소리가 여간 거슬리지 않았다. 도저히 그곳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대체 이 확성기 소음 공세는 언제부터 시작됐나? 그리고 그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오래 머물지 못하고 전망대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애기봉 전망대에서 강 건너 북쪽땅까지의 최단 직선 거리는 1.4km 정도라고 한다. 멀다면 멀고 짧다면 짧은 거리다. 그런데 그만큼 떨어진 애기봉에서도 확성기 소음이 견디기 힘들 정도인데 확성기가 설치된 북쪽 지역은 대체 얼마나 시끄러울까. 아마 상상하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민간인들은 별로 많이 살지 않을 것 같고 주로 군인들이 그 소리를 들을 것 같은데 남쪽 애기봉에서도 괴로울 정도면 현지에서의 데시벨은 얼마나 높을까. 강 건너 남쪽에서만 확성기 소음이 들리고 정작 현장에서는 들리지 않게 할 방법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몇 배 더 컸으면 컸지......


확성기 소음으로 남쪽에 대해 노리는 효과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효과를 얼마나 달성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음량을 견뎌내야 하는 북쪽 사람들이 여간 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군인에게도 인권이 있다. 북한 군인도 물론이다. 그러나 그게 보장되는 것 같지 않다. 씁쓸한 애기봉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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